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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비밀 공작원의 증언4ㅣ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 교체 길을 열다

MBC충북 뉴스 | 2021.11.01 15:45 | 조회 1637 | 좋아요좋아요 127
충북 출신의 전 안기부 국가공작원,
암호명 '흑금성'으로 알려진 박채서 씨의 증언을 통해 분단된 한반도가 겪어야 했던 현대사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97년 대선은 50년 만에 평화적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낸 선거였습니다.

김대중 낙선 공작을 폈던 북한을 무력화시킨 비밀 공작원의 이야기, 네 번째로 이어갑니다.

◀인터뷰▶

북한의 김대중 불가론

Q.북한은 왜 김대중 후보를 그렇게 낙선시키려고 했나요?

저도 그 처음에는 상당히 의아했었는데 그 사람들 얘기 들어보니까 한편으론 이해가 가더라고요.
북의 제일의 목표는 남한을 자기들이 주물럭거릴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 거예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거기에 모든 방점을 두고 있더라고요.

김대중이라는 인물을 자기들이 평가해 보면 너무 노련한 거야. 김정일 위원장이 다루기에는 너무 노회한 거예요. 또 우리 민족은 누가 뭐래도 연장자에 대한 예우가 있잖아요. 자기 아버지에 준하는 나이 때잖아요 (상대하기가) 힘든 거예요.

또 한 가지는 평생을 민주화 투쟁을 했기 때문에 북에서도 대남방송을 통해서 해외 선전에서도 항상 김대중 선생, 민족의 지도자 그랬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대통령이 되면 북한이 비방 선전을 해야 하는데 이게 명분이 없는 거야.

정해진 것은 김정일 위원장 재가 하에 이인제 후보를 당선시킨다, 김대중은 낙선시킨다. 이거란 말이에요.
왜냐하면 그때 김대중 후보가 제일 인기가 좋았으니까 국민 여론조사를 하면 당선권에 들어갔었으니까.

그 당시 장교들은 공식적으로 교육을 받았어요. 김대중이 빨갱이고 용공 분자이고 거짓말쟁이고 이런 교육을 진짜 공식적으로 받았다니까요. 그것 밖에 머릿속에 든 게 없었어요.

그런데 국민들이 원한단 말이에요.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가만히 생각하니까 남과 북의 중심에 내가 서 있다고 생각되는 거예요.

이대로 두면 국민들이 원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엉뚱한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것 같아요. 이거는 아니지 않느냐. 결국은 내가 군 생활을 안 하고 안기부로 옮긴 것도 국가 이익이라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내가 움직인 건데

적이 원하지 않는 사람, 반대로 그러면 우리 국민한테 그 사람이 국익에 필요한 사람, 이렇게 내 나름대로 판단을 하고 그 관계를 정립한 거거든요.

북의 김대중 낙선 공작을 알리다

당시 대변인하고 있는 정동영 씨를 본 거예요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왜 그러는지는 묻지 마라. 그리고 나는 이 일로 인해서 어떤 대가나 어떤 조건을 걸지 않겠다. 내가 지금부터 한 얘기를 당신은 그대로 듣고 김대중 후보한테 전달해 주면 된다. 그다음에 어떻게 할 건지 판단과 선택은 당신들의 몫이다.

그 중에서 첫 번째 김대중 후보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작업이 시작될 것이다.
그것이 오익제 기획 월북이라는 얘기를 했어요. 그것이 한 8월쯤에서 이루어진다.

[1997-08-16 뉴스데스크: 전 천도교 교령 오익제씨 월북,북한 도착 성명]
"천도교 교령과 국민회의 상임 고문을 지낸 오익제 씨가 어제 밀입북했습니다.
자진 월북인지 아니면, 납치인지 아직 분명하지는 않지만, 오 씨는 북한방송에 출연해서 자신이 원해서 월북했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오익제 월북 사건이 터졌으니까 국민회의에서는 발칵 뒤집힌 거예요. 내 말이 맞았잖아요.

윤홍준 씨 기자회견 사건도 미리 알았거든요. 북에서 한다는 걸 알고 정동영 의원을 통해서 얘기를 했어요.

남과 북이 이렇게 김대중 후보를 죽이기 위해서 이런 일을 꾸밀 것이다.

예를 들어서 김병식 편지 이런 것도 미리미리 줬어요. 내가 그다음에 김병식 편지 온다, 뭐 한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초창기에는 김대중 후보의 이미지 깎아내리는 작전이 이루어진 것이고 그다음에 이제 액션이 이루어진 거란 말이에요.

북풍을 막아달라, 김대중의 마지막 호소

저한테 연락이 오더라고요. 한 번만 만나자.
그런데 만날 수가 없어요. 주변에서 완전히 둘러싸고 있으니까

그냥 운명이었던 것 같아. 그것도
내가 제시했어. 그러면 몇 월 며칠 몇 시 몇 분 딱 정해서 만나자.

김 후보가 승용차 안쪽으로 들어가 있고 상석을 비워 놨더라고요. 바로 탈 수 있게 뒷자리를

이렇게 제 손을 딱 잡더라고요.
박 선생, 첫마디가 박 선생, 나 대통령 되고 싶소. 그 한마디가 딱 온 거예요. 저한테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말보다 더 솔직한 말이 어디 있어요.

그러면서 그런데 북풍을 못 막으면 힘들다.
우린 못 막는다. 박 선생만이 막을 수 있다.
도와주세요. 그 말이야. 딱 그 말만 해.

[1997.12.19 뉴스데스크: 50년 만의 정권 교체]

선거가 이제 무사히 끝났고, 천용택 씨가 자기 공로 자랑하려고 기자회견을 했어요. 기자들한테 우리는 북풍을 막았기 때문에 이겼다. 근데 그 북풍을 막아준 결정적인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만 이야기했어요.

후회는 안 합니다.

내가 선택한 것이고, 내 운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선택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다음 이야기5> 중국의 북한 점령 계획, 병아리 계획을 입수하다.
제작지원: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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