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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ㅣ아파트 옥상 비상구 있어도 못 나간다
방송날짜 2021. 5. 31.
◀앵커▶
많은 가구가 밀집해 인명피해 우려가 큰 아파트 화재는 주로 옥상 비상구로 뛰어 올라가 대피하게 되는데요.
막상 올라가 보니 비상구가 옥상이 아닌 다른 층에서 있어, 11명이나 사상자를 냈던 사례가 경기 군포에서 있었죠.
우리 지역 상황은 과연 어떨까요.
김은초 기자가 직접 현장을 점검해봤습니다.
◀리포트▶
지은 지 26년 된 청주의 15층짜리 아파트, 비상구를 찾아 옥상으로 올라가 봤습니다.
비상구는 없고 기계실만 있는 상황, 표지판은 있지만 밤 시간대 알아볼 수 있는 별도의 유도등도 없습니다.
옥상에서 한 층 내려가고 나서야 비상구가 있었지만, 문이 잠겨 있고 아무리 찾아봐도 개폐 장치는 없습니다.
역시 유도등도 꺼져 있어 어두운 밤에 화재로 연기까지 차면, 어디가 비상구이고 어디가 기계실인지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SYN▶관리사무소 측
"자동 열리는 건 아직 설치를 못 했어요. (불이 나면) 경비실에서 (문을) 다 따주게 돼 있어요"
화재가 나면 자동으로 비상구 문이 열리는 자동 개폐 장치 대신, 열쇠함을 부수거나 일일이 찾아 문을 열어야 하는 수동 장치가 설치된 곳도 많습니다.
"옥상으로 가는 계단이 간이철문으로 막혀있습니다. 자물쇠를 열려면 7~8미터가량 떨어진
이곳까지 와서 열쇠를 꺼내 가야 합니다"
◀SYN▶ 아파트 주민
"열쇠가 어디 있다고.. 뭐 어떻게 따는 그게 써져 있긴 하던데. 불편하겠죠, 그냥 올라가는 것보다"
관리사무소는 아무나 옥상에 올라가는 걸 막기 위해서라는 입장.
◀SYN▶ 관리사무소 직원
"예전에 (옥상) 위에서는 술 먹고, 담배 피우고, 불 지르고 이런 게 많이 있었거든요. 절충안이 아마 이 정도 되지 않았을까"
비상구로 향하는 계단이 킥보드, 상자 등 각종 짐으로 아예 막혀 있는 곳들도 있습니다.
2016년 2월 이후 사업승인 계획을 받은 아파트는 화재 신호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옥상 출입문이 열리도록 법으로 의무화됐습니다.
하지만 충북 도내 아파트 7천여 동 가운데 30% 정도는 그 이전에 건축돼 의무 대상이 아니다 보니 여전히 수동 장치로 돼 있거나 아예 닫혀 있는 곳이 많습니다.
소방당국은 이 아파트들에 자동 개폐 장치를 갖추고, 입주민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비상구를 더 명확히 표시하도록 적극 권고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INT▶ 신길호/충북소방본부 예방기획팀장
"(비상구) 주변에 형광색으로 테두리를 설치를 하고 바닥면에 피난유도선을 설치를 하며, 기계실이 있는 경우에는 기계실로 올라갈 수 없도록 구조물을 설치를 하겠습니다"
11명의 사상자를 낸 군포 화재 이후 경기도가 6천 곳에 육박하는 아파트와 기숙사를 조사한 반면, 충북은 아직 전면 조사 계획이 없는 상황입니다.
MBC 뉴스 김은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