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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나면 아궁이' 필로티 건물 곳곳이 사각지대
인쇄인쇄 확대 축소 좋아요좋아요 210  취재기자 : 이채연, 방송일 : 2022-05-11, 조회 : 2,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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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티 구조 화재 국토부 충북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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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전 청주 산부인과 화재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던 이유, 1층이 아궁이 역할을 하는 필로티 구조에다 천장재가 불에 취약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이런 필로티 건물들의 안전 실태는 어떤가 살펴봤더니 지어진 지 오래돼 법망을 비껴가거나 대형 화재로 이어지기 쉬운 문제점들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이채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길은 불과 30초 만에 건물을 집어삼킬 듯이 번졌습니다.

사방이 트인 필로티 구조는 연통 역할을, 플라스틱 천장 마감재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습니다.

거대한 아궁이에서 불을 떼는 격이 된 겁니다.

이런 필로티 건물들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는지 찾아가 봤습니다.

청주의 한 사회복지센터. 기역자 형태로 지어진 건물 일부가 1층이 뚫린 필로티 구조인데, 건물 외벽이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마감재로 돼 있습니다.

3년 전 필로티 건물 외벽 마감재를 준불연재 이상 쓰도록 법이 강화됐지만, 지어진 지 10년이 넘어 소급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SYN▶충청북도 관계자
"(기자:이건 드라이비트예요?) 네네. 외벽까지 준불연 이상으로 해주면 이상적인데 현행법에선 아직 대상은 안 되니까..."

◀SYN▶센터 관계자
"개선하면 좋기야 하죠. 그런데 한순간에 할 수 있는 부분은 또 아니고.."

주차장과 맞닿은 출입문은 유리문으로 돼 있습니다.

불이 났을 때 탈출구 역할을 하지만, 거센 불길에 유리가 깨지거나 문틈으로 연기가 새어들어갈 우려도 있습니다.

필로티 방향으로 문이 나 있을 경우 방화문으로 설치하도록 3년 전 법이 개정됐지만 역시나 이 건물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한 모텔 필로티 주차장 천장 곳곳에 누수 흔적이 보입니다.

천장재로 나무 합판을 쓰고 페인트를 칠했는데, 역시 지어진 지 18년이나 돼 '준불연재 이상'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비상 계단 곳곳엔 대피에 방해가 될 청소용품 등 적재물도 쌓여있습니다.

셔터와 비상구가 함께 있는 일체형 방화셔터는 불이 나면 출구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제는 쓰지 못하게 돼 있지만, 별도로 안내띠나 표시도 없습니다.

◀SYN▶모텔 관계자
"(방화 셔터를) 밀면 되는데 화재 시에 그걸 밀어야 한다고 아는 사람 없어요."

이처럼 화재 안전 기준이 강화되기 전 지어진 건축물에서 피해가 끊이지 않자, 국토부가 가연성 외장재를 교체하는 등 지원 사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모든 건물이 대상인 건 아닙니다.

다중이용시설 외에 의무 대상이 아닌 지어진 지 오래된 건물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지난 5년간 충북에서 화재로 숨진 사람은 97명, 이 가운데 30명은 필로티 건축물에서 난 화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충북소방본부와 충청북도는 합동 점검팀을 꾸려 다음 달 말까지 필로티 건축물 174곳에 대한 안전 점검 실태 조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MBC NEWS 이채연입니다.
영상: 신석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