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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법률
유기죄란 언제 성립될 수 있을까
얼마 전 택시기사가 심장마비로 쓰러졌는데, 승객으로 타고 있던 남녀가 119에 신고조차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떠 그대로 기사님이 사망한 사건으로 온 국민의 공분을 산 일이 있었는데요. 당시 많은 국민들이 당시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승객을 처벌할 수 없다는 데 많은 의문을 제기하신 분이 많았습니다.
당시 기사들을 보면 선한 사마리아인 규정이 우리나라에는 없다고 설명하면서 처벌이 안된다고 하는 글들을 보셨을텐데요. 선한 사마리아인 규정이란 말 그대로 특별한 연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 주지 않았을 때 이를 처벌하는 규정을 말하는데요. 우리나라에는 이런 법이 없습니다.
가장 이와 유사한 법이 형법 271조 유기죄인데요. 여러분은 유기죄하면 아이들 버리는 행동을 가장 먼저 떠올리시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유기죄란 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계약상 의무있는자가 유기한 경우 이를 처벌하도록 한 것인데요. 직계존속에 대한 유기의 경우는 가중처벌 되구요. 생명의 위험이 발생하면 더욱 가중 처벌 됩니다. 물론 그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 형법의 유기죄의 특징은 법률상 계약상 보호할 의무가 있는 자에게만 적용된다는 것인데요. 예를 들면 부모나 자녀등은 법률상 보호할 의무가 있는 자라고 할 수 있구요, 계약상 의무가 있는 자로는 유치원 선생님이라던가 보모등 계약관계에 의하여 그 안전을 돌볼 의무를 지게 된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러한 관계가 없는 자의 경우에는 도움을 필요로하는 경우가 발생해도 이를 돕지 않았다고 해서 형사처벌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70년대 사건인데요. 두 남자가 술이 취해서 시골길을 걸어가게 됩니다. 그러다가 실족해서 개울가로 굴러떨어졌는데, 그중 이 피고인은 도로로 나오는 길을 찾아 나왔고, 다른 한명은 길을 찾지 못하고 해메다가 결국 타박상등으로 인하여 심장마비로 결국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 경우에도 법률상 또는 계약상의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인정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필요한건 법이 아닌 사회적 양식과 의식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