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호의 특급작전

  • 진행: 임규호(월~금)
  • 제작: 이영락   |   작가: 유혜미, 나소영   |   취재: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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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법률

사기결혼2

특급작전 | 2018.02.19 12:26 | 조회 2196


* 지난 주에는 결혼이 취소될 수 있는 사유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오늘은 혼인신고 이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혼인을 한 이후에야 당연히 혼인취소, 이혼을 할 수 있겠지만.. 혼인신고 전에도 법원에서 해결해야하는 문제가 있다니.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난 시간에 문자참여로 남자친구가 숨겨놓은 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어떻게 해야하느냐에 관한 질문이 있었잖아요. 이때 짧은 문자 한통의 내용만 보고 제가 감히 헤어지시라. 그냥 결혼하시라는 식의 답을 드릴 수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하구요. 대신 만약 그 분이 남자친구분이 중요한 중요한 내용을 속였고, 그래서 남자친구분과 사이의 관계가 종료되었을 때, 그에 관해서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좀 더 딱딱하게 표현하면 어떤 요건이 갖추어졌을 때 위자료를 구할 수 있는지 명확히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짧은 문자메시지 속에 표현된 남자친구라는 표현만으로는 두 분 사이의 관계를 법적으로 쉽게 정의내릴 수 없었기 때문에 법적으로 위자료를 구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해 말씀을 정확히 못 드렸거든요. 물론 그 분이 해당 사실을 용인하고 결혼을 하신다면 당연히 위자료가 발생할 이유가 없기도 하구요.

 

* 그럼 남자친구가 숨겨놓은 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경우어떤 경우는 위자료를 구할 수 있고, 어떤 경우는 없다는 뜻인가요? 이해가 어려운데요.

 

맞습니다. 남자친구가 숨겨놓은 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법원이 개입해서 위자료를 물어주라는 판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 ‘출산결혼경력을 숨긴 것은 혼인취소 사유가 되고, 위자료도 구할 수 있다고 지난시간에 알려주셨잖아요. 그런데 왜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는 위자료를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시는지 헷갈리고 이해가 안되요.

 

서로 모르고 따로따로 살던 남녀가 만나 혼인신고라는 과정을 거쳐 법률혼관계에 이르는 과정은 매우 복잡한 감정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별도의 명문화된 문서로 작성되지 않고, 예식 및 신고라는 특별한 절차를 제외하고는 딱 여기부터는 연애시작, 여기서부터는 약혼관계 시작, 또 여기서부터는 결혼관계 시작 이렇게 분류될 수가 없어요. 따라서 결혼식, 혼인신고 등 공개적인 절차를 거치는 단계에 이르러서야 이전 단계와 명확히 구별되고, 혼인신고 이후의 관계를 법률혼관계로 표현하고, 지난 주 말씀드렸던 혼인취소에 관한 규정이 적용하지요.

그러니까 지난 문자 참여의 경우에 남자친구라는 표현으로 보아서는 법률혼관계에 이르기 전단계인 것은 확실한데, 법률혼 관계에 이르기 전 단계 중 단순한 남자친구인지, 서로 명시적 묵시적으로 혼인을 약속하는 관계에 이르렀는지 여부에 따라 법원이 법률적으로 판단의 대상이 될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위자료 청구에 관한 답을 드릴 수가 없었어요.

 

* 그렇다면 혼인을 약속하는 관계에 이르러야 출산경력, 혼인경력, 학력등을 속인 경우에 파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뜻인데.. 그럼 혼인신고 이전의 단계는 법률상 어떤 기준으로 구별되나요.

 

혹시 썸탄다는 말 들어보셨어요? 국어사전에는 관심있는 사람과 연애하기 직전의 관계를 유지하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말인데요. 혼인 이전 남녀관계라는 것이 을 타는 관계부터 혼인을 약속하는 연인관계까지 계단형 그래프처럼 관계가 구별된다기 보다는 어쩌면 2차함수 그래프, 3차함수 그래프처럼 곡선으로 서서히, 어떨때는 급격히 발전하는 관계이잖아요.

 

이런 남녀 관계를 법원이 모두 개입할 수는 없고, 사실 남녀관계는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증거로 판단하는 법이 개입하기에 그 내부관계는 쉽게 알 수 없기도 해서 법률혼 관계 이전 남녀관계는 몇몇 특징적인 조건이 갖추어져야 법원이 남녀 관계를 법적으로 혼인예약관계로 판단하고, 혼인예약관계로 판단되어야 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유책인 상대방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 법원은 간헐적 정교, 즉 남녀간에 단순히 일시적으로 동거를 하며 아이를 출산한 사실만으로는 혼인예약관계를 일반적으로 부정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한 여성이 남자친구가 임신사실을 알고 난 이후 낙태를 계속 권유하고, 낙태하지 않겠다는 여성의 연락을 끊고 다른 여성이랑 결혼을 해버렸다며 위자료를 청구해달라고 사무실에 찾아온 적이 있어요. 상대방 남성도 여성에게 우리는 혼인예약관계도, 사실혼관계도 아니다라며 다투고 있고, 둘 사이의 관계는 대외적으로 비밀에 부쳐져 있었기 때문에 소송상 혼인예약관계로 판단받기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혹시 혼인을 약속한 사이라는 증거가 있나요?’라고 여성분에게 질문을 했는데, 여성분이 사랑한다. 결혼하자.’라는 말을 녹음하는 연인관계도 있나요. 라고 되레 반대로 저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많이 반성했습니다. 변호사가 가족법을 다루면서 증거라는 말을 쉽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 망각했었구나 싶어서 스스로 많이 자책하면서 많은 판례를 찾아보고,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명시적인 혼인예약관계는 물론 쉽지요. 하지만 대부분은 묵시적인 혼인예약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그래서 판례는 묵시적인 혼인예약관계를 판단하는 기준은 연애기간, 동거기간, 임신여부, 대외적으로 서로를 어떻게 소개했는지 등을 고려해 단순한 연인관계를 넘는다는 판단을 할 수 있는 경우 명식적으로 결혼약속을 하지 않더라도 묵시적 혼인예약관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한 사건을 소개해보자면, ‘한 명문대생 남성이 어떤 여성과 수년간 연인관계로 사귀면서, 남성이 자신의 부모님 몰래 일주일에 한 번씩 여성이 거주하고 있는 지방에 내려가 여성의 집에서 동거하고, 그 과정에서 임신이 돼서 두 차례 정도 낙태수술을 하고, 이후 여성으로부터 결혼을 하자는 요청을 수없이 받으면서도 이에 관해서는 명확한 의사표현을 하지 않은 채 관계를 유지하다가, 뒤늦게 부모님이 반대하실 것이다라며 지속적으로 결혼을 회피하다 헤어진 사안이 있었는데요. 이때 법원은 명시적인 혼인예약관계를 인정하고, 남성의 일방적인 혼인예약관계 해지를 이유로 여성에게 위자료를 2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좀 정리해서 보면

 

우선 우리 법원은 혼인예약관계, 즉 약혼관계의 경우에는 민법 803(약혼의 강제이행금지)에 따라 약혼은 결혼에 관한 강제이행을 청구하지 못하지만,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즉, 민법 제804(약혼해제의 사유)에 따라서 1. 약혼 후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2. 약혼 후 성년후견개시나 한정후견개시의 심판을 받은 경우, 3. 성병, 불치의 정신병, 그 밖의 불치의 병질(病疾)이 있는 경우, 4. 약혼 후 다른 사람과 약혼이나 혼인을 한 경우, 5. 약혼 후 다른 사람과 간음(姦淫)한 경우, 6. 약혼 후 1년 이상 생사(生死)가 불명한 경우, 7. 정당한 이유 없이 혼인을 거절하거나 그 시기를 늦추는 경우, 8. 그 밖에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약혼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민법 제806(약혼해제와 손해배상청구권)에 따라 과실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이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이때 재산상 손해외에 정신상 고통에 대하여도 손해배상의 책임을 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 요즈음은 결혼전에 남녀관계에 관하여 예전보다 많이 절차를 가벼이 여기는 경향이 많지요. 사실 성년의 남녀가 법률혼 이전에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고 동거를 할 수도 있고, 그 과정에 출산을 할 수도 있구요.

 

민법 제826조가 부부의 경우에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그러나 정당한 이유로 일시적으로 동거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서로 인용하여야 한다. 부부의 동거장소는 부부의 협의에 따라 정한다. 그러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이를 정한다. 라는 규정을 두고, ‘부부의 경우에 일방적으로 혼인관계를 종료시킬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 고리타분한 법적 절차를 강조하는 의미가 아니라 어쩌면 가끔은 허례허식 및 불필요한 법적 절차이라고 비판받은 결혼식, 약혼식, 혼인신고 등의 과정이 당사자 스스로에게는 다시 한 번 상대방에 대한 책임감을 심어주고, 또 가족관계에서 새로이 생기는 혈족관계(자식), 인척관계(시부모) 등 가족이라고 칭해지는 우리 사회의 가장 기초가 되는 집단인 가족을 건강하게 지켜주려는 뜻이 아닐까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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