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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및 신청곡

<크리스마스>

김도경 | 2004.12.21 00:41 | 조회 400
해마다 돌아오는 크리스마스. 올해는 여러 가지 이유로 왠지 분위기가 안 살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거리마다 작은 전구들로 장식을 하잖아요. 성탄절의 제 대표적인 추억이라면 저 아주 어렸을 때 가족들과 함께 나간,그렇게 전구로 장식된 크리스마스 거리입니다. 제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아마 아버지는 바빠서 집에 늦게 들어오시는 때였나봐요. 엄마가 '크리스마스인데 우리 이렇게 있을수 없다,나가자~'을 외치시며 동생과 나 우리 둘의 손을 잡고 거리고 나섰답니다. 그때 우리는 서울에 살고 있었거든요. 큰 백화점 앞으로 나갔는데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았어요.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리고, 사람들은 무지하게 많이 쏟아져 나오는 크리스마스 이브. 그때까지 시내는 잘 나가보지 못한 제 눈에 그 백화점은 무지하게 크고,그 거리는 무지하게 넓고, 그 장식들은 무지하게 화려했답니다. 그 해에는 눈도 많이 내렸는지 길 양쪽에는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쌓여있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 한가운데도 반질반질 얼음이 얼어있었어요. 그 미끄러운 길을 우리 셋은 손을 꼭 잡고 조심조심 걸어다녔어요. 사실 미끄러운 길에선 서로 손도 잡지 말고 주머니에도 손을 넣지 말고 걸어야 되잖아요. 그런데 우린 서로의 손을 잡아주며 미끌미끌 걷는게 어찌나 재밌던지 이쪽에서 미끌,저쪽에서 미끌 할때마다 얼마나 웃었던지요. 그것이 벌써 20년이나 지난 일인데 아직도 그 백화점 앞을 지나갈때면, 특히 이런 겨울 크리스마스 전구 장식이 돼있을 때면 생각이 난답니다. 그 날 특별한 쇼핑을 한 것도 아니고, 우린 그저 겨울 거리를 쏘다니기만 하고 들어왔는데, 막상 그 다음날부터 우리 세 식구는 끙끙 앓아야했지요. 하도 조심조심 몸에 힘을 주고 걸어다녀서 온 몸이 결리고 아프더라구요. 특히 우리 두 어린 남매가 넘어질까봐 몸에 힘을 잔뜩 넣고 손에 힘을 주었던 엄마가 며칠동안 고생하셨답니다. 저도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되었는데 사실 저는 요즘..아이들이 어디 나가자고 해도 춥고 귀찮은데..하며 인상을 찌푸릴 때 있거든요. 온 몸 쑤시도록 우리에게 좋은 구경 시켜준다고 애쓰신 엄마를 생각하니 좀 눈물도 나려하네요. 이젠 나이 드셔서 당신 혼자 미끄러운 길 가시는 것도 어려워하시거든요. 어릴땐 그 기억이 마냥 즐겁기만 한 추억이었는데 나이먹으니...어머니의 사랑으로 가능한 일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됩니다. 엄마...그날 엄마가 그렇게 해 주신 덕에 서른이 넘어서도 저는 크리스마스..하면 그 추억을 즐겁게 떠올립니다. 엄마 ..고마워요.건강하세요~ 1.미스터 2..하얀 겨울 2.디제이 덕...겨울 이야기 3.이승환..크리스마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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