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호의 특급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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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 이영락   |   작가: 유혜미, 나소영   |   취재: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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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법률

이웃집 아이가 부모로부터 당하는 고통, 더 이상 모른 척 하지 마세요!

특급작전 | 2018.01.08 11:21 | 조회 3883


** 요즘 아이들에 대한 학대 사건이 자주 발생하죠?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아이를 때리는 영상뿐만 아니라 부모가 아이를 발로 밟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나, 아이를 오랜 시간 동안 성적으로 학대하는 등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학대가 많지요.

 

~ 너무 가슴 아픈 일이지요? 부모 또는 계부모로 인한 아동학대의 문제는 폭행 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성적 학대에 이르기까지 실제 피해자 아동을 만나보면 정말 충격적인 사례가 많아요. 예전에 어떤 여자 아이가 계부로부터 오랜 시간 성적인 학대, 강제추행 및 강간을 당한 아이가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가 중학교 쯤에 이르러서 기관에 직접 신고를 하고, 계부의 성적학대를 장기간 받으면서 발생한 정신적 피해를 복지기관이 제공하는 시설에서 회복해가고 있는데, 뜬금없이 친모가 계부와 형사합의를 진행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계부는 아이를 오랜 기간 성적으로 학대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1심의 형이 과중하다며 항소심에서 양형을 다투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친모가 계부가 평소 아이를 잘 돌봤다. 반성하고 있고, 계부가 구속되면 생활이 어려우니 용서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계속 쓰는 거에요~ 친모가 경제적인 사정을 이유로 들면서 탄원서를 쓰는 것을 보면서 저것이 진정으로 아이가 용서하는 탄원서일까 생계유지를 위해 아이를 다시 범죄 피해자로 내모는 것은 아닐까 싶어 끔찍하기도 하고, 우리 법원이 어린 아이의 진의 및 복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친모의 형사합의에 기초해 계부의 형을 감해준다면 정말 큰 문제다 싶었던 사안이었어요.

 

특히 통상적으로 성범죄의 경우에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양형 즉, 처벌의 수위를 낮출 수 있는 상당히 강력한 요소라서 더 초조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재판부가 판결을 하면서 친모의 합의는 아이의 진정한 의사인지 확인할 수 없고, 장기간 반복된 성적 학대는 쉽사리 용서될 수 없으니 오랜 기간 반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1심보다 훨씬 높은 형을 선고해서 한 시름 놓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 요즈음 부모가 아이를 때리고 치료를 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그 결과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이 보도되고 있는데, 이런 경우 부모는 어떤 처벌을 받나요.

 

몇 년전 신원영군 사건의 친부나 최근 고준희양 부모의 경우도 그렇지만, 통상 아이를 학대하다가 죽음에 이르게 한 부모는 아이가 죽을지 몰랐다는 핑계로 살인죄 적용 피하려고 하는데요.

 

그러나 아이를 오랜기간 학대를 하고, 그 학대로 인해 아이가 죽는 경우, 아이에 대한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으면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러한 결과(사망) 발생을 용인했다는 점에서 살인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신원영군 사건의 경우 재판부가 친부를 살인죄로 처벌하기도 하였구요.

 

결국 아이를 장기간 학대하다가 아이가 죽음에 이르는 경우 우리 형법 제2501항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에 따라 보통살인죄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그런데 우리는 직계존속은 더 엄히 처벌하면서 직계비속은 왜 보통살인죄인가요.

 

. 형법 제2502항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면서, 존속에 대한 살해의 경우 가중해서 처벌해요. 심지어 영아살해의 일정한 조건하에 감경도 해주는 규정도 따로 있어요. 이렇게 부모가 어린 자녀를 즉 직계 비속을 살인하는 경우는 특별히 가중해서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요. 어린 자녀를 보호하고 적절하게 양육해야하는 어린 아이들은 부모의 학대를 신고하는 방법이나 도움을 구하는 방법을 배울 기회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속수무책으로 당하는데, 우선 직계비속에 대한 살인의 가중처벌도 다 같이 논의해보아야 할 것 같아요. 물론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도둑을 지키는 경비원이 물건을 훔치면 더 비난받아야 하는 것처럼 아이를 올바르게 양육해야하는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면 더 비난을 받아야 하지 않나 싶네요.

 

** 가끔 이웃집에서 아이를 야단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참 곤란하지요. 신고하자니 남의 집 일인데 간섭하는게 아닌가 싶고.. 어찌해야할지..

 

우리는 아직도 남의 집 일에라는 표현을 하지요. 사실 변호사인 저도 남의 집 일에 끼어드는 것이 두려운데요..

 

우선, 그래서 저는 제도적으로 신고의무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각종 아동복지시설의 장 및 종사자, 아동복지전담 공무원, 구급대원, 응급구조사, 어린이집원장, 의료인 등을 신고의무자로 지정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유달리 신고를 두려워하는 면이 있어서 각자의 도덕적인 판단에 아동학대 신고를 맡기게 되면 가정내에서 은밀히 발생하는 아동학대 범죄의 경우 자녀의 사망 등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 어렵고 수사기관이 스스로 인지하기 어려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되기 때문에 신고의무자를 확대하는 것 검토해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개인적인 의견이 있어요.

 

다음으로 신고가 접수되는 경우 매뉴얼처럼 아동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과거에 남편이 아내를 폭행하면 경찰관이 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해요. 그래도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서 요즘은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매뉴얼처럼 우선 가해자와 격리하고, 피해자 의견을 들어 쉼터 병원으로 안내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되어 있는 것처럼,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우선 객관적으로 아동에 관한 학대가 아니다라는 것이 확실해질 때까지는 일단 아동을 가해자로 의심되는 부모로부터 잠시 격리하거나 지속적으로 감독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 역시도 일응 아동학대범지의처벌등에관한 특례법에 정하여져 있지만, 실제로 완전히 정착되었다고 보이지는 않아요.

 

 

** 몇 년 전 신원영군에게 락스를 붓고 지속적으로 가혹행위를 하다 죽음에 이르게 된 사건의 경우 법원의 판결이 나고 많은 사람들이 죄에 비해 형량이 낮다고 비난했는데, 왜 이렇게 아이를 학대하다 죽였는데도 왜 이렇게 형량이 낮게 나오는 건가요?

 

신원영군 사건의 경우 1심에서는 계모에게는 징역 20년 친부에게는 징역 15년을 선고했고, 2심에는 계모에게는 징역 27, 친부에게는 징역 17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2심의 형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죠. 당시 원심재판부는 국민의 법감정에 따르면 친부, 계모 모두 더 엄중한 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떤 정책적인 필요 때문에 책임을 넘는 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는 취지에서 위와 같은 판결을 내려서 일반적인 법감정에 반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었지요.

 

왜 이렇게 국민의 법감정과 법원의 판단에 괴리가 있냐하면요. 법원이 사건마다 이를테면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과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해서 다른 형을 내리다 보면 도대체 기준이 무엇이냐는 비판을 받기도 하고, 이런 비난이 반복되다보면 결과적으로 국민이 사법부를 불신하는 일이 생길수도 있어요. 그래서 대법원은 어느 정도 정해진 범위 내에서 형을 선고하도록 양형기준표라는 것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법원은 어느정도 기준에 따라 판단을 해야하기 때문에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는 사건이라고 해서 특히 그 사건만 다른 사건과 달리 이례적으로 중한 형을 내릴 수 없습니다.

 

그래도 우리 사회 전체가 흔들거릴 만큼 심각한 사안이 발생하면 법원이 이에 따라 점차적으로 양형기준을 변경하고, 이보다 더 국민적 합의가 모아지면 법령을 개정해서 처벌의 수위를 높이기도 해요. 결국 아동학대범죄에 관한 지속적인 관심은 점차적으로 제도를 바꾸는 가장 중요한 요소에요.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부모에 의한 학대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폭행 등으로부터 시작된 아동학대가 사망 등 치명적인 결과에 이르기 전에 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여러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는 경우 수사기관이 형식적으로 수사를 종결하지 않도록 반드시 부모뿐만 아니라 아이가 다니는 기관, 진료 기록, 이웃의 진술 등을 의무적으로 확인하도록 하고, 신고자에 관한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수사기록에 기재된 신고자의 정보에 관한 열람을 엄격히 제한해 신고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것처럼 사회 전체가 아동에 대한 범죄를 감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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