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호의 특급작전

  • 진행: 임규호(월~금)
  • 제작: 이영락   |   작가: 유혜미, 나소영   |   취재: 박지은
  • 월~ 금 18:05 ~ 20:00
  1. 홈
  2. 라디오
  3. 특급작전

손에 잡히는 법률

누군가 내가 버린 스타킹을 허락없이 가져간다면?

특급작전 | 2017.11.27 18:50 | 조회 8041


최근 부산대 여학생을 상대로 잉크테러를 한 남성을 검거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었는데요, 어떤 남성이 부산대 인근에서 치마와 스타킹을 착용한 여대생 다리에 검은 액체 구두약을 몰래 뿌리고 도주하였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또 작년쯤인가요? 강남역 인근에서 승무원 복장을 한 여성의 스타킹에 잉크를 뿌리는 범죄도 발생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점은 해당 남성이 피해자들이 화장실 등에 들어가 화장실 휴지통에 버려진 스타킹을 가지고 나와서 이를 자신의 성적욕구를 해소하는데 사용하였다는 점인데요. 저도 가끔 스타킹에 올이 풀리면 공중화장실에서 갈아신기도 하는데요.. 이 사건을 보면서 새삼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통상 성적 욕구라는 표현이 있으면 번뜩 생각나시는 범죄가 있으시지요?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치마나 스타킹이 훼손되었다는 재산상 손해보다는 성적수치심을 느꼈다는 정신적 손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제 생각으로는 이 사건은 성범죄로 처벌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큽니다.

 

그래서 오늘은 잉크테러 범죄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선, 잉크테러와 같은 범죄는 여성의 스타킹 및 치마라는 재물에 먹물을 뿌림으로써 스타킹 및 치마의 효용을 훼손하였다고 보아 형법 제366조 손괴죄를 적용하여 3년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잉크테러와 같은 범죄는 여성의 스타킹 및 치마뿐만 아니라 여성의 다리라는 신체를 대상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범죄라는 점에서 형법 제260조 폭행죄에 해당되어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해질 수도 있습니다.

 

 

여성의 다리에 잉크를 뿌린 것이 신체에 관한 유형력의 행사인가에 관해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사람의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도 폭행죄에 해당한다는 사례가 있는 점을 볼 때 이 사안과 같이 사람의 다리에 잉크를 뿌리는 행위도 폭행죄에 해당될 가능성이 다소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성범죄 성립를 좀 살펴볼까요?

 

최근 부산의 모 대학교 화장실 등에 들어가 음란행위를 한 뒤에 쪽지를 남긴 남성을 성폭력범죄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구체적으로는 성적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사건있었는데, 그렇다면 이 사건 역시 성범죄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높다고 보여지수 있는데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의 명시적인 문언이 이렇습니다.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중화장실 또는 목욕탕 등에 침입하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른바 잉크테러남들도 성적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여성의 스타킹이 필요했고, 공중화장실에 불법적으로 들어가 공중화장실에 버려진 여성의 스타킹을 가지고 나왔다고 자백했기 때문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잉크테러남들이 여성의 스타킹이 버려진 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스타킹을 가지고 나온 사실을 가지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에 기재된 내용과 같이 성적 욕구를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중화장실로 들어갔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성범죄로 처벌받은 사례는 없습니다. 다만, 타인이 관리하는 건조물에 침입하였다고 보아 건조물침입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잉크테러행위에 관해서 성범죄로 처벌한 사례는 없지만, 물론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견해지만, 잉크테러남들이 일관되게 성적인 욕구를 자제하지 못했다’, ‘그래서 스타킹을 얻기 위해 잉크를 뿌렸다’, ‘왜 하필 승무원 복장의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냐는 질문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성적인 욕구를 못참은 것 같습니다는 등으로 스스로 성적욕구 만족을 위해 이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자백하고 있는만큼 이 사건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에 기재된 자신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중화장실에 들어간 범죄로 판단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만약 자신의 성적인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여성의 다리, 치마, 스타킹에 잉크를 뿌리고, 피해자가 공중화장실에 스타킹을 버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공중화장실로 따라 버려진 스타킹을 가지고 나오고, 이를 자신의 성적인 욕구를 만족시키는 도구로 사용하는 사실을 성범죄로 분류하지 않고 단순폭행, 재물손괴 등으로 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 결정의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성범죄 처벌의 기본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적극적인 성범죄 처벌에 관한 법리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특히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잉크테러남들이 단순히 여성의 스타킹에 잉크를 뿌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잉크를 뿌린 후 잉크가 묻은 여성의 다리를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할 수도 있고, 공중화장실에서 가져온 스타킹을 제3자로 하여금 음란행위의 도구로 사용되도록 음란사이트에서 판매할 수도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을 재물손괴 또는 폭행 정도의 혐의로 처벌을 하다보면,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이 궁극적으로는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받게 되기 때문에 성범죄 적용가능성을 심도있게 고려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실제로 잉크를 뿌리는 폭행행위로 피해자의 성적수치심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강제추행 혐의역시 고려해보아야 한다는 학계의 의견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을 폭행 또는 재물손괴 등으로 처벌할 경우, 상당수가 경미한 처벌을 받게 되고, 경미한 처벌은 반복된 범죄행위 및 모방범죄의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성범죄 등으로 의율될 수 있는지 여부 및 처벌의 수위를 높여 모방범죄의 유인을 차단하는 방법 등을 모색해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의견입니다.

 

 

 

이 글을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이 글을 트위터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이 글을 밴드로 퍼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