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호의 특급작전

  • 진행: 임규호(월~금)
  • 제작: 이영락   |   작가: 유혜미, 나소영   |   취재: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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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법률

때려도 좋으니 성적만 올려주세요

특급작전 | 2018.06.11 11:03 | 조회 1687



** 변호사님, 어릴 때 학교 선생님한테 맞아본 적 있으세요. 별로 없으시죠? 제가 학생일 때는 정말 많이 맞았는데요.

 

제가 학교 다닐 때 나름 선생님 말씀 잘 듣는 학생인 편이어서 선생님께 맞은 기억은 별로 없어요. 그런데 중학교 3학년 때, 매월 모의고사를 봤었는데, 모의고사 가채점을 좀 잘못해서 실제 성적표랑 2점 차이가 난다고, 당구할 때 쓰는 막대기(?)2점 곱하기 2 해서 4대를 맞은 적이 있는데.. 엄청 기억에 남아요.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온 힘을 다해서 때릴 수가 있구나 싶어서 충격이었어요. 이 나이가 들어 생각해도 내가 가채점을 실수해서 잘못했다는 반성보다는 선생님이 다른 일로 화가 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되는걸 보면 개인적으로는 체벌이 교육효과는 좀 떨어지는 것 같아요.

 

** 최근에 모 대안학교 교장 등이 부모로부터 체벌동의서를 받고 학생들을 훈육한다는 핑계로 상해를 입혀 입건된 사안이 있었죠. 그런데 요즘에는 학원에서도 체벌을 하나 봐요. 최근 학원선생님들이 학부모로부터 체벌동의서를 받고 학생들을 체벌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체벌동의서라는 양식도 인터넷에 공공연히 다운받을 수 있는 걸 보면, 정말 많은 학원에서 학생들을 체벌하고 있는 건데요. 이렇게 성적 향상을 이유로 학원들이 학부모로부터 아예 공공연하게 체벌동의서를 받고, 오히려 때리면서 가르쳐서 성적이 오른다는 점을 자랑삼아 광고하기도 하고 있어요. 이런 체벌동의서 법적으로 가능한 것입니까?

 

절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많은 학원선생님들께서 부모의 동의를 받고 때리면 문제될 것이 없지 않나 생각하시는데, 이 경우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관련법상 학원 운영을 아예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우선 관련법규에 대해서 말씀드려보면 형법 제257조는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또 형법 제24조에 따르면,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어요.

** 그러면 체벌동의서를 교부받고 체벌해서 다치면 아무 문제없는 것 아닌가요.

 

아니에요. 형법 24조에 따라 피해자의 승낙이 있더라도 신체는 생명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법익이어서 승낙에 의한 상해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벌하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를들면,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려면 부득이 신체의 일부를 잘라내야 하는 등 일종의 상해를 입히게 되는데 이런 경우는 형법상 정당행위 또는 피해자의 승낙이 있다고 보아 벌하지 않지요. 반대로 피해자의 승낙이 있는데도 처벌하는 경우의 예는 고등학생들이 가끔 이렇게 싸우는데요. ‘! 싸우자! 그런데 니가 나 한 대 때려. 그 다음에 내가 한 대 때릴께라고 하면서 서로 상해를 입히는데, 이때 학생들이 서로 상대방이 상해를 입히는 것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사회상규에 반하기 때문에 처벌되요.

 

특히 오늘 주제와 같이 학원 교사가 학생을 징계하려는 목적으로 체벌을 하다가 상해를 입히면 그 자체로 징계권의 한계를 넘었다고 보아서 체벌동의서에도 불구하고 처벌을 합니다. 만약 학원이 아니라 학교라면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명시적으로 도구 또는 신체 등을 이용해서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법에 위반되는 체벌동의서는 그 자체로 당연히 효력이 없구요.

 

그래서 학원선생님이 아무리 부모의 동의를 받고 학생을 체벌하는 중에 상해를 입혔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형법상 상해죄 등의 처벌을 받게 되는 겁니다. 또 학원선생님은 유치원교사와 비슷하게 업무·고용 등의 관계로 사실상 아동을 보호·감독하는 사람, 즉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의 보호자에 해당되요. 그래서 학원선생님이 학생을 체벌해서 상해를 입히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적용대상이 될 수 있어 일반 형법에 비해 더 엄히 처벌될 수도 있어요.

 

** 그런데 좀 전에 자칫 학원을 운영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그건 무슨 말씀이신가요.

 

 

 

앞서 말씀드린것처럼 학원선생님은 해석에 따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적용대상이 될 수 있고, 통상 각 지역 교육청들은 관련법에 따라 학원 선생님 등이 아동학대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학원 등록을 말소하도록 하는 처분을 내리고 있어요. 간혹 아동학대라고 하면 부모, 유치원만 생각하시는데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의 대상에는 학원선생님도 포함되어 있고, 아동학대 범죄행위에는 체벌로 인한 상해도 포함되요. 그래서 학원에서 부모로부터 체벌동의서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형법 또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등의 적용을 받고, 이는 행정적으로는 등록말소 사유가 되기 때문에 학원 자체를 폐업하게 되실 수도 있어요.

예전에는 단 한차례 아동학대로 등록말소는 과도하다고 판단하고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뒀는데, 최근 각 시도교육청들은 1번만이라도 아동학대가 적발되면 즉시 등록말소를 하는 방향으로 처분을 내리고 있는 추세라, 절대 체벌동의서만 믿고 학생을 함부로 체벌하시면 안 된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 부모는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체벌동의서를 써줄까요.

 

다 자식 잘되라고 그런거죠라고 하실 듯 싶어요. 물론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해를 끼치려고 체벌동의서를 쓰겠습니까. 학생을 바라볼 때 성적을 제일 중요한 기준으로 여기는 세상인지라, 체벌동의서를 쓰신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해보지만, 그래도 자식의 신체는 부모의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부모가 때려도 형법, 아동학대범죄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입니다. 학원교사로 하여금 때리라고 하는 마찬가지지요. 다만, 굳이 법률적으로 판단해보자면 아직 실제 사례를 보지는 못했지만, 부모가 아이의 성적향상을 목적으로 학원교사로 하여금 체벌을 독려하고, 구체적으로 체벌을 지시요청했다면 아동학대 행위자인 학원교사와 공동으로 아동학대를 저지른 것이 되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이 될 수 있어요.

 

얼마 전에 아이 학원에 우연히 방문을 했는데, 선생님께서 정말 귀가 먹먹할 정도로 시끄러운 아이들을 정말 상냥한 목소리로 지도하고 계시더라구요. 진심으로 감사하고 존경스러웠습니다. 선생님들 많이 힘들고 어려우시겠지만, ‘사람이 사람을 때리면 안된다는 기본을 가르치려면 선생님도 학생을 때리지 않아야 할까 생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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