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호의 특급작전

  • 진행: 임규호(월~금)
  • 제작: 이영락   |   작가: 유혜미, 나소영   |   취재: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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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법률

고층 건물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물건에 맞아 다치면, 누가 책임지나요.

특급작전 | 2018.06.04 11:27 | 조회 4069


** 얼마 전에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칼이 떨어져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죠. 식칼에서 지문이 나오지 않아 식칼 손잡이에서 DNA 감식을 의뢰하고, CCTV를 확인하고, 탐문수사까지 진행되었는데요. 결국 식칼에서 DNA가 나오고 본격적으로 수사가 진행되어 가던 중에 해당 아파트 입주민이 실수로 식칼을 떨어뜨렸다고 경찰에 자신 신고하면서 경찰은 사건을 종결하겠다는 보도를 하였는데요. 정말 이런 경우 아무 처벌도 받지 않나요.

 

~ 사실 아파트 1층에서 식칼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놀라신 분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현행 법령만으로는 고층 아파트에서 실수로 물건을 떨어뜨렸고, 실제로 사람이 다치거나 물건이 손괴되지 않는 경우는 처벌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아마 해당 사건은 그냥 종결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요.

 

사실 요즈음 고층 아파트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물건들이 떨어져서 논란이 되고 있죠. 몇 년전에 초등학교 어린이가 벽돌을 던져 사람이 사망에 이른 사건도 있고, 최근에 7세 어린이가 아령을 사람이 다치기도 했구요. 또 어떤 아이들은 물풍선을 던져 고급 승용차를 파손시키기도 했고, 또 꼭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일부 어른들도 소주병 등을 던져 사람을 다치게 하기도 하고, 어떤 아파트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음식물쓰레기 등을 상습적으로 베란다 밖으로 집어던져 아래층 주민들 창호를 음식물쓰레기로 더럽히기도 하고.

 

고층 건물에서 너무 다양한 물건을 던지고, 너무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요즘 우스갯 소리로 헬맷을 쓰고 다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고층 아파트에서 물건을 떨어뜨린 사람이 지는 민·형사상 법적책임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 몇 년 전에 초등학생이 벽돌을 던져 고양이를 돌보던 캣맘이 사망에 이르렀는데, 초등학생 연령이 어려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 크게 이슈가 되었잖아요. 최근 아령을 던진 7세 어린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인가요.

 

 

~ 최근 7세 어린이가 부모가 방심한 사이에 베란다 너머로 아령을 던지는 바람에 사람이 다친 사례도 있었는데요. 우리 형법은 만 14세가 되지 아니한 어린이나 청소년은 '형사 미성년자'라고 해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소년법에서는 만 10세 이상에서 만 19세 미만의 비행 청소년에 대하여 보호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10세 미만의 어린이는 형법, 소년법 등 형사에서 완전히 자유롭습니다. 따라서 최근 아령을 던진 만 7세 어린이는 형사상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습니다.

 

** 그럼 아령에 맞은 분은 너무 억울하잖아요.

 

~ 다만, 7세 어린이가 형사처벌은 받지 않더라도, 해당 어린이의 부모는 민법 제755조 책임무능력자의 감독자로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통상 형사책임을 져야하는 사람은 형사적인 책임을 조금 감면받기 위해서라도 피해자에 대한 피해회복에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요. , 자식이 사람을 해치고 형사처벌을 받게 될 사정에 처해지면 부모는 자식에게 행여라도 전과기록이 남을까봐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 위자료 등에 관한 변제에 굉장히 적극적인데요. 형사처벌이 완전히 면제되는 경우 피해자가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판결을 받을 때까지 먼저 피해변제에 나서는 경우가 적기도 하고, 민사소송은 시간적으로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피해자로서는 억울하고, 답답한 경우가 많이 생겨서 좀 안타깝지요.

 

** 그렇다면 소년 말고 어른들이 베란다에서 물건을 던지는 경우도 좀 알려주세요.

 

어른들이 베란다에서 물건을 던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물건을 손괴하면 당연히 형법상 손괴죄, 상해죄 등으로 처벌받게 되는 것은 당연하죠. 또 당연히 타인의 재물에 입힌 재산상의 손해, 타인의 신체에 상해를 입힘으로서 끼친 재산상 손해 등을 민사상 배상해야하는 것도 당연하구요. 실제로 몇 년 전에 상습적으로 베란다 밖으로 소주병을 던져 지상에 주차된 차량을 파손한 사람은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현실적으로 범인을 찾기가 어려워요. 고층 아파트에서 갑자기 떨어진 물건에 맞은 사람이 물건을 던진 사람을 직접 목격하기도 어렵고, 또 요즘 CCTV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고 해도 아파트 베란다를 찍는 CCTV는 잘 없기 때문에 수사가 쉽지 않아요. 탐문수사를 한다고 해도 순식간에 공개되지 않은 장소인 집안에서 밖으로 물건을 던지는 것을 행인이 목격하는 경우도 드물구요. 물론 언론에 보도되는 사안의 경우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기 때문에 범인이 수사망이 좁혀오면 자진해서 신고도 하는데요.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경우와 달리 매우 경미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 수사가 지연되기도 하고, 결국 피해회복을 받지 못하구요. 그러다보니까 범인들이 계속 던지고, 그러다 결국은 피해가 커지기도 하구요.

 

** 요즈음 모 아파트에서는 상습적으로 쓰레기 등을 베란다로 던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렇게 상습적으로 물건을 던지는 사람은 사람이 다치거나 물건이 파손되는 등의 결과가 없더라도 처벌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쓰레기를 베란다 등을 던져 타인 집 방충망 등을 더럽힘으로써 손괴하거나, 지나가던 행인이 맞아 다쳤다면 당연히 처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습적으로 던졌는데 상해, 손괴 등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가 문제인데요. 상습적으로 던지는 사람을 그 위험성 등을 고려해 결과발생 유무를 불문하고 처벌해야한다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아무런 결과가 없는데 처벌한 경우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최근 식칼 사례도 결과적으로는 무혐의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아요.

 

다만, 굳이 처벌을 염두에 두고 형사책임에 관하여 이론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상습적으로 베란다 밖으로 물건을 던지는 사람은 이른바 형법상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봐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예를 들어 상습적으로 위험한 물건을 베란다 밖으로 휙휙 던지는 사람은 내가 던지는 물건에 운없는 사람이 맞아 사망할지도 모르지. 에잇~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뭐라는 이른바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위험한 물건을 던졌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런 사람은 실제로 사망 등의 결과에 이르지 않더라도 미수범 처벌규정을 적용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다만, 이것은 이론상 해석이고, 실제 처벌을 위해서는 법령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적용하기 때문에 사실상으로는 처벌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입법이 필요한 상태에요.

 

** 저도 사실 반성하자면, 예전에는 베란다에서 이불 먼지도 털고 그랬어요. 그런데 제가 미국에서 잠시 머무른 때가 있었는데, 미국은 베란다에 이불 등을 널거나 먼지를 터는 행위를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위험한 행위로 분류하고, 공동주택에서 운영하는 규정위반이라며 즉시 경고장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러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위층에서 먼지를 털면 그 먼지가 아래층으로 가서 피해를 줄 수 있겠다, 자칫 베란다에 있던 물건이 날아가 떨어지면 행인이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최근의 일련의 사건들이 베란다는 그냥 환기를 위한 창문이지, 먼지를 털거나 물건을 던지면 안된다는 인식이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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