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호의 특급작전

  • 진행: 임규호(월~금)
  • 제작: 이영락   |   작가: 유혜미, 나소영   |   취재: 박지은
  • 월~ 금 18:05 ~ 20:00
  1. 홈
  2. 라디오
  3. 특급작전

손에 잡히는 법률

데이트폭력

특급작전 | 2018.05.08 11:30 | 조회 2267


** 최근에 부산에서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때려서 기절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여자친구를 질질 끌고 가는 CCTV 영상 보셨어요?

 

데이트 폭력이라는 단어, 이제 익숙하시죠? 저는 이 단어를 사용한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어요. 제가 여성의 전화라는 단체에 법률적인 조언을 간간히 해 드리고 있는데, 많은 여성 단체가 데이트폭력방지 캠페인 등을 진행했는데, 그 캠페인을 보면서 데이트폭력이 가정폭력처럼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어요. CCTV 영상은 유독 무서웠어요. 사실 형사사건을 진행하다보면 더 험한 사진들도 많이 보는데요. 예쁘게, 달달하게, 가슴설레게 데이트 하는 사이에서 벌어진 폭행이어서 그런지 유독 공포스럽게 느껴졌어요. 오늘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 데이트와 폭력이 만나 이루어진 데이트 폭력에 대해서,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지, 그 처벌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여자 법률전문가로서 관련법이 어떻게 변경되기를 희망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 데이트 폭력이라고 하니까 당연히 폭행은 연상이 되는데요. 데이트 폭력 어떤 것들이 있나요.

 

말씀하신대로 데이트폭력은 폭력이라는 단어가 당연히 연상시키는 것처럼 폭행, 상해, 감금, 살인 등의 범죄로 자주 나타나요. 이런 범죄는 연인 사이뿐만 아니라 부부 사이, 전혀 모르던 사람 사이에도 당연히 인정되는 범죄이고, 누가 봐도 명백히 눈에 띄는 범죄이기 때문에 피해자로 인정받는 것이 어렵지는 않아요. 이번에 보도된 부산 여대생 데이트폭력 같은 경우에도 워낙 명백하게 상해, 감금 등이 인정될만한 사안이었죠.

특히 감금의 경우를 좀 볼께요.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방 등에 가두고 못나가게 하면 당연히 감금이 되겠죠. 그런데 자동차를 세우지 않고 달리는 것은 어떨까요.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가 있어요. 아주 잘생긴 남자배우가 나오는 드라마인데요. 그 드라마에서 헤어진 남자친구가 휴대전화 명의변경을 하러 가자며 여자친구를 차에 태운 후에 못 내리게 자동차를 고속으로 질주하는 내용이 나왔어요.

 

이렇게 만약에 내려달라는 여자친구의 하차요청을 묵살한 채 하차할 수 없는 상태로 운행이 강행되었다면 이는 형법 제276조 감금죄의 규정에 따라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한 것에 해당되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어요.

 

다음으로 아무래도 연인 사이이다보니 성적인 교류도 있을 수 있는데요. 연인 사이에도 각종 성범죄가 많이 발생해요.

 

첫 번째로, 연인사이에 대표적인 성범죄는 다들 예상하시겠지만, 강간 및 강제추행이 있어요. 그런데 연인이 헤어진 이후 발생하는 강간범죄의 가해자들은 평소에 성관계를 가지던 사이였고, 잠시 다투었을 뿐 헤어지지 않았다. 그 날도 평소처럼 연인사이의 성관계였을뿐 강간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해요. 이렇게 연인들 사이에서 강간, 강제추행 등의 성범죄가 발생하면 피해자가 법적으로 피해를 인정받기까지 또 다른 고통을 겪게 되요. 사실 아직도 경찰조사를 가면 연인사이에서 성관계를 가진 것이지, 의사에 반한 강간이 아니다라고 말하면 연인이라는 단어에 집중되어서 연인사이 맞아요?’라는 질문을 꼭 다시 하니까요. 또 저희 같은 변호사들이 연인사이의 강간 사건 피고인을 변호하다보면 가장 먼저 의사에 반하지 않은 성관계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주력하죠. 그 과정에서 의도치않게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구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면 당연히 형법상 강제추행, 강간이 성립될 사실관계도 연인관계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강간이 연인사이의 단순 성관계, 강제추행이 연인사이의 신체접촉으로 소극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에요. 이제부터라도 경찰단계에서부터 연인사이라는 내용보다는 강간, 강제추행이 발생할 때의 상황에 집중해서 수사를 하면 좋겠어요.

 

두 번째로, 남자친구가 연인이 자고 있을 때 장난삼아 동의없이 여자친구의 신체를 카메라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는 여자친구의 동의하에 여자친구 신체의 일부를 찍는 경우도 많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어요.

또 제2항에 따르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어요.

연인시절 여자친구의 동의하에 찍은 영상이라고 하더라도, 여자친구로부터 이별통보를 받고 화가 난다고 해서, 여자친구의 동의없이 그 영상을 반포하는 경우에는 성폭법에 의하여 가중처벌받게되요. 그리고 성폭법에 따라 수년간 성범죄자로 신상정보가 등록되기도 하구요.

 

** 연인사이이든 아니든 상해, 살인, 강간등이 범죄라는 점에는 차이가 없고, 당연히 처벌받는데, 왜 데이트 폭력이라고 별도로 구별하는 거지요?

 

최근 드라마에서 데이트폭력이 발생했음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던 시나리오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었죠. 그런데 사실 데이트폭력은 처음에는 경미한 폭행에서 시작해서 점점 더 심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고, 그 결과 시간이 지나면 멈추겠지라는 생각으로 신속한 법적대응을 자제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점점 피해가 커져서 궁극적으로는 살인등 극단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도 왕왕 나오게 되요. 또 과거 연인관계였기 때문에 헤어지자고 했으니 화가나서 그렇지 좀 있으면 그만할꺼야라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데이트폭력 범죄는 결코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는 취지로 데이트폭력에 관한 인식을 계속 강화해 나가야 극단적인 피해를 예방할 수 있어요.

 

예전에는 경찰이 남편이 부인을 때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도 부부사이의 일, 가족 내의 일로 치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가, ‘가정폭력의 문제를 별도로 분리해서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논의를 계속하고, 그 결과 가정폭력에 관한 법령들이 제정되면서 이제는 부부사이의 범죄의 피해자를 좀 더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처럼 연인사이의 데이트 폭력도 역시 별도로 분류해서 피해자보호를 논의해나가야 극단적인 범죄피해를 줄여가면 좋겠어요.

그런 취지에서 데이트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경미한 폭행 등을 운운하며 귀가조치하지 않고, 신속하게 피해자 일시보호, 가해자 격리조치 등을 할 수 있는 법령을 제정해서 가정폭력처럼 제도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이 글을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이 글을 트위터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이 글을 밴드로 퍼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