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호의 특급작전

  • 진행: 임규호(월~금)
  • 제작: 이영락   |   작가: 유혜미, 나소영   |   취재: 박지은
  • 월~ 금 18:05 ~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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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법률

을이라고 마냥 당하고 있을 수만 있나요.

특급작전 | 2018.04.30 14:40 | 조회 2273


** 한 집안의 가장에게 직장은 어떤 의미일까요. 또는 엄마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우는 어린 아이를 보육기관에 맡기고 출근한 엄마에게 직장은 또 어떤 의미일까요. 직장이란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수단이기도 하고, 또는 자신의 목표를 이뤄내는 자아실현의 장소이기도 한데, 이런 거창한 의미를 제외하고라도 집에 머무르는 시간보다 때때로 더 오랜 시간을 머무르는 직장은 직장인에게는 삶 그 자체일텐데요. 이런 직장에 갑질하는 상사가 있다면 얼마나 괴로울까요.

 

~ 저도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고약한 상사에게 대응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못하고, 오히려 제발 아무도 모르게 마음껏 울 수 있는 곳이 없나 생각하고, 또는 상처받는 말을 듣더라도 상처받지 않을 수 없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실 상처받는 말을 듣고 상처를 받지 않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죠. 그래서 오늘은 직장상사, 거래관계 등으로부터 여러 형태의 갑질을 경험하고, 그로 인해서 고통스러워하시는 분들에게 갑질법적으로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 그리고 법적대응을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하여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 우선, 드라마를 보면 종종 나쁜 상사가 나와서 막 종이를 던지고, 고성을 지르고, 욕설도 하잖아요. 드라마에 자꾸 나오다보니 그래도 되나? 생각하다가 너무 자주 나오니 그래도 괜찮나하는 생각이 부지불식간에 들잖아요. 그런데 이런 직장 상사의 행동 어떤 형사처벌을 받게 되나요.

 

우선, 던지는 사례부터 살펴볼게요. 사무실에서 상사가 극도로 화가 나면 뭘 던질까요? 예전에는 사무실에서도 담배를 피웠거든요. 그때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재떨이를 던졌답니다. 유리로 된 재떨이였는데요. 부하직원이 이걸 제때 피하지 못해서 이마에서 피가 났었어요. 이렇게 부하직원에게 위험한 물건을 던지면, 형법상 폭행죄가 성립하는데요. 그런데 피가 났죠? 이렇게 피가 나면 상해죄가 되요. 그런데 유리재떨이는 위험한 물건입니다. 따라서 부하직원에게 유리재떨이를 던진 상사는 현행 형법상 제258조의2(특수상해) 규정에 따라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의 신체에 상해를 가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다음으로, 욕설을 하는 경우를 살펴볼께요. 방송이어서 예를 들어도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청취하시는 분들이 생각하는 그런 욕! 맞아요. 그런 욕을 여러 사람이 듣고 있는 곳에서 큰 소리로 하시면 형법 제311조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에 해당되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사실 저도 욕 많이 먹어요. 대신 제가 용인할 수 있는 욕은 제 귀로 직접 들려오지 않게 하는 욕까지입니다. 우리 모두 집안의 가장이기도 하고, 한 아이의 절대적인 존재인 엄마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오히려 좀 덜 참으셔야 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직장에서 상사가 여러 사람이 듣는 곳에서 질책은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욕설을 하는 경우에는 법적인 대응을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기서 주의하셔야 할 것은 이라고 모두 모욕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감정적인 표현에 불과하면 모욕죄에는 해당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서 반복되는 욕설 또는 폭언은 녹음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녹음! 그런데 허락없이 녹음하면 불법아닌가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타인간의 대화는 몰래 녹음하시면 통신비밀보호법위반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위 규정대로라면 당사자간 대화는 처벌대상이 아니지요.

 

그리고 이 녹취록은 법원에서 명백한 증거로 사용됩니다. 한번은 욕설을 하신 분의 녹음을 서류로 작성한 녹취록을 제출했더니, 본인이 말한 것이 아니라고 펄쩍뛰시는 겁니다. 그래서 법정에서 직접 녹음을 틀어서 모두 함께 듣고 증거자료로 삼은 적도 있어요.

그래서 만약에 수시로 욕설을 하거나 폭언을 하시는 상사가 있다면, 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녹음버튼을 먼저 누르시는 것을 권합니다. 사실 직장동료 사이에 반복적인 녹음을 하는 것은 어찌보면 굉장히 삭막한 일이죠. 그런데 스스로도 모르시는 분들이 있어요. 본인들이 폭언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제가 예전에 반복적인 폭언으로 고통받는 분이 있어서 위자료 소송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처음 소장을 넣고 나선, 상대방이 자신은 폭언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폭언한 사실이 없다고 펄쩍 뛰는 답변서를 넣었습니다. 그래서 녹취록을 백여만원을 들여서 작성해서 법원에 제출했어요. 그랬더니 의외로 상대방이 두말없이 물러서는 겁니다. 소송이 다 끝나고 상대방 대리인에게 왜 그렇게 빨리 인정을 했는지 물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상대방 대리인 말이 본인도 몰랐답니다. 자신이 그렇게 욕을 하고 있었는지를 몰랐답니다. 미안하답니다라고 하는 겁니다.

 

우리가 워낙 결과중심, 무한경쟁시대를 살다보니 목표를 향해 가는 것만 중요시 여겼지, 그 과정에서 사람이 다치는 것에 신경쓰는 것을 배우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런 부분도 점차 배워나갈 부분인거죠.

그래서 갑질 폭언에 대한 언론보도, 그리고 폭언에 관한 녹음자료 등이 계속 공개되면, 본인들의 언어습관을 고민해볼 기회가 생겨서 스스로 자제하게 되겠죠. 그리고 그렇게 주의를 할 기회드려도 반성하지 않는 분들은 녹음자료로 처벌받아야겠죠.

 

그래서 녹음이 중요합니다. 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릅니다. 그래서 증거자료가 중요한 것이구요. 피해를 증명하지 못하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게 되니까 에게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녹음 아닌가 싶습니다.

 

** 그래도 직장 내의 녹음으로 업무상 비밀이 누설될 수도 있는데요. 직장내 녹음을 마냥 권장하기는 어렵지 않나요.

 

맞습니다. 만약에 녹음 내용 중에 업무상 비밀이 포함되어 있고, 녹음한 사람의 부주의로 이 부분은 대외적으로 노출되어 회사에 피해를 주면 그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겠지요. 그러니까 욕설을 하시는 분도 그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껴야 하고, 녹음을 하시는분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져야겠지요. 다만, 직장 내에서 을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유일하게 가질 수 있는 증거자료가 녹음밖에는 없어서 녹음을 권할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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