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호의 특급작전

  • 진행: 임규호(월~금)
  • 제작: 이영락   |   작가: 유혜미, 나소영   |   취재: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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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법률

각서는 효력이 없다던데요? 아닌가요?

특급작전 | 2018.04.09 11:28 | 조회 14056


** 살다보면 약속! 참 많이 하지요. 부부 사이에 또 한번 만취할 때까지 술 먹으면 죽을 때까지 설거지하기로 한다. 뭐 이런 식의 어찌보면 농담조의 약속도 있구요. 좀 심각한 경우에는 다시 바람을 피우거나 폭행을 하면 전 재산을 포기한 후 이혼한다는 식의 좀 심각한 약속도 있구요. 또 이웃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언제 갚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하구요. 통상 이런 내용을 말로만 하지 않고, 종이에 쓰면서 제목을 보통 각서.. 이렇게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각서! 법적으로도 효력이 있나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정보가 많아졌죠. 그런데 인터넷 정보라는 것이 자신이 필요한 정보에 집중해서 검색하다보면,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눈에 띄는 거 같아요. 각서의 효력을 부인하고 싶은 분이 인터넷을 검색하면, ‘각서는 효력이 없다는 정보가 눈에 들어오고, 각서의 효력을 주장하고 싶은 분이 인터넷을 검색하면 각서는 효력이 있다는 정보가 들어오지요.

 

각서 효력이 있다 없다 의견이 분분한데, 객관식으로 ox 이렇게 답 드리면 좋은데, 죄송하게도 효력이 있는 각서도 있고, 없는 각서도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각서, 차용증, 공증 등 법률분쟁에서 많이 다루는 문서에 대해서 좀 말씀드려볼까해요.

 

** 그럼 어떤 각서는 효력이 있나요. 자필로 써야 효력이 있는 건가요?

 

가끔 각서를 꼭 자필로 써야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남편분들 부인들에게 뭔가 약속할 때 손으로 써이렇게 화내는 부인 앞에서 자필로 종이에 쓰시잖아요. 그런데 각서를 꼭 자필로 쓰셔야 효력이 있는 건 아닙니다.

 

자필인지 아닌지가 각서의 효력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이 효력에 영향을 줍니다. 사례 하나 드릴께요. 어떤 남편이 부인이 바람을 핀 사실을 알고 부인에게 재산을 전부 배우자 명의로 한다는 각서를 받았어요. 이후에 부인이 또 바람을 피니까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위 각서를 제시하면서 재산을 전부 부인 명의로 한다고 했으니, 각서대로 판단해달라고 주장했어요. 그런데 법원은 부정행위를 들킨 직후에 썼고, 이혼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쓴 것도 아니고, 부부공동재산 기여도도 고려되지 않았는 등 추상적으로 포기한다는 문구를 쓴 것만으로는 각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

 

또 이와는 조금 다른 사례가 있는데요. 한 부인이 형편이 어려운데, 남편이 자꾸 도박을 하셨나봐요. 그래서 부인 명의 대출도 받고 힘들게 사는데, 앞으로 또 불법도박을 할 경우 협의이혼하고, 결혼생활에서 발생된 채무를 부인에게 갚고, 양육권 및 친권행사는 부인에게 주고, 양육비는 얼마를 주기로 하는 내용으로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각서를 썼어요. 이렇게 구체적으로 쓴 각서는 이혼소송에서 강력한 증거로 쓰이기도 해요.

이렇게 실제 부부 쌍방이 작성한 각서에 구체적인 협의내용과 금액 등이 적절한지를 판단하여 사안에 따라 해당 각서를 인정하기도 하고, 또 부정할 수도 있어서, 각서의 효력 유무를 ox로 말씀드릴 수 없어요.

 

, 각서를 작성할 때 상황, 각서의 내용, 각서의 내용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실현가능하냐 이런 것들에 따라서 효력유무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지불각서, 이행각서 등 특히 일반인 사이에 돈을 차용하거나 어떤 법적인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각서했다면 그 내용이 선량한 풍속사회질서에 현저히 어긋나지 않는다면 각서는 효력이 있습니다.

다만, 각서를 쓰신 분이 나중에 내가 쓴 것이 아니다. 내가 쓸 때랑 다른 내용이 써있다. 내가 찍은 도장 아니다라고 하면서 그런 합의가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주민번호, 이름 , 주소 정도는 자필로 쓰시고, 막도장찍지 마시고, 인감도장이나 지장을 찍는 것이 더 안전하겠죠.

 

** 그런데 변호사님 부부간에는 아무리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각서를 쓴다고 해도 효력이 없다고 하던데. 그래서 남편이 바람피워서 미안하다고 부인에게 돈을 주기로 약속하는 각서를 써도 효력이 없다는 사람이 많은데. 아닌가요?

 

남편이 바람 피우고 들어와서 부인에게 ‘3억여원을 주겠다는 각서를 쓰고, 막상 돈은 안주고 바람만 계속 피워서 결국에는 부인이 남편을 상대로 각서에 적힌 3억여원을 달라는 소송을 낸 사례가 있었어요. 사실 각서가 효력이 없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이유가, 부부사이에 각서를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예전에는 부부간 계약, 즉 각서에 기재된 계약내용은 민법 828조에 따라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었는데, 2012210일 해당 조문이 삭제됨으로써 부부 사이에도 각서를 원인으로 돈을 받거나 청구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렇게 법이 바뀌어서 위 사례에서 부인은 남편의 각서에 따라 3억여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부부 사이에 무슨 약속을 못하냐면서 부부사이 약속은 얼마든지 깰 수 있고, 그래서 각서도 마음껏 쓰셨는데, 이제는 조심하셔야 해요.

 

** 요즘은 각서, 합의서를 쓰고, 곧바로 공증인에게 가서 공증을 많이들 받으시는데요. 공증은 확실히 법적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 우선 제일 먼저 우리가 공증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2가지 있는 것부터 알려드릴께요. 보통 공정증서와 사서증서의 인증을 막 섞어서 쓰시는데, 두 가지는 다른 겁니다. 사서증서는 법률행위를 한 당사자가 작성한 것을 공증인이 인증(확인)한 것이구요, 공정증서는 공증인이 직접 작성한 거라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어요.

 

공증인이 작성한 공정증서는 공문서로서 가장 강력한 증거력을 가지고 있고, 진정한 문서로 추정을 받게 되고, 공정증서로서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승낙한 취지가 적혀 있는 것은 확정판결과 유사한 효력이 있어 그대로 강제집행에 사용할 수 있어요. 또 개인이 쓴 문서(사서증서)를 공증인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사서증서의 인증의 경우도 진정한 문서로 추정을 받고, 공정증서와 비슷하게 후일에 분쟁 또는 재판에서 강한 증명력을 가지게 되요. 다만, 공정증서와 달리 판결없이 강제집행을 할 수는 없다는 차이점이 있어요. 쉽게 구분해보자면, 공정증서나 사서증서의 인증이나 비슷하게 강력한 증명력을 가지지만, 공정증서는 재판없이 바로 경매 등 집행에 나아갈 수 있고, 사서증서의 인정은 재판을 받은 후에 경매 등 집행에 나아갈 수 있는 차이가 있어요. 공정증서, 사서증서 인증 등 공증인이 참여한 문서와 일반적인 각서 사이에 차이를 보자면, 공증인은 사서증서 작성명의인의 기명날인, 서명, 무인만 확인하기 때문에 내가 쓴 것이다. 아니다이런 류의 다툼이 거의 없구요. 사서증서의 내용도 심사하기 때문에 사서증서의 내용이 법령을 위반한 사항, 무효인 법률행위, 무능력으로 인하여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인 경우에는 공증인은 인증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각서와 달리 무효가 되는 경우가 많이 적습니다.

** 많이 어려워요. 각서도 효력이 있었다 없었다하고. 공증도 차이가 있다고 하니.

 

많이 어려우시죠? 정말 간단히 대표적인 특징만 쉽게 말씀드려보자면, 각서를 쓰실 때 재산전부를 포기한다. 신체를 포기한다는 등 추상적이거나 누가봐도 사회질서에 반하는 내용을 쓰면 무효가 되세요. 그러니까 지나치게 불공정하거나 위법한 내용을 빼고 가급적 객관적인 제3자가 봤을 때 딱 이해가 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쓰셔야 해요.

그리고 공증인으로부터 인증을 받거나, 공증인이 작성하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일반인이 작성한 각서의 경우에는 내가 쓴것인지 아닌지등의 다툼을 대비해 최소한 작성자의 성명, 주민번호, 서명날인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좋다는 점만 기억하셔도 좋을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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