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호의 특급작전

  • 진행: 임규호(월~금)
  • 제작: 이영락   |   작가: 유혜미, 나소영   |   취재: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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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법률

사기 결혼

특급작전 | 2018.02.12 13:01 | 조회 3431


** 누구나 결혼해서 살다보면 홀랑 속아서 결혼했다. 내가 알았으면 이 결혼 했겠냐는 말을 농담반 진담반 식으로 하는데.. 변호사님도 결혼하셨지요.

 

. 결혼 했습니다. 연애한 시간까지 더하면 강산이 변하는 시간을 지금의 배우자랑 함께 보냈는데요. 사람이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다보면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고, 그리고 또 가끔은 이 사람이 내가 알고 있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때도 있죠. 연애할 때 참 달달했던 사람은 어디가고, 이렇게 무심한 사람이 남편이라고 와 있나 싶기도 하구요. 그래서 저도 가끔 깜박 속아서 결혼했다라는 말을 반 농담조로 하곤 하지요.

 

그런데 제가 가사소송을 좀 많이 하다 보니, ‘속아서 결혼했다는 말 함부로 할 말이 아니구나 하고 반성할 때가 많아요. 정말 법적으로 사기로 인한 결혼 취소사유가 되는 경우를 볼 때는 더 그렇지요.

 

** 결혼!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인데. 사기결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면 인생에 정말 고비를 겪는 건데요. 그럼 변호사님 어떨 때 법적으로 사기결혼으로 인정되나요? 뭐 사기결혼이라는 말은 기혼자라면 누구라도 하는 말이니까요.

 

보통 결혼을 없던 걸로 하고 싶을 때 사기결혼이다라는 말을 쓰시거든요. 법적으로는 혼인의 취소사유는 매우 한정적인 사유로 정해져 있어요.

 

민법 제816조는 1. 혼인의 연령위반(18, 16), 동의없는 혼인, 동성동본혼인, 중혼 등의 위반, 2. 혼인 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음을 알지 못한 때, 3.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를 표시한 때에 해당하는 경우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주로 문제되는 경우는 사기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인데요, 오늘은 이 중에서 특히 출산에 관해서 숨긴 경우를 한번 살펴볼 까 합니다.

 

**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고 해서 삼포세대라고 하지요. 요즈음에는 연애, 결혼, 출산조차도 일정 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죠. 그래서 요즈음은 학력을 속이거나 심하게는 혼인경력, 출산경력 등을 속이고 결혼하는 경우도 많지요.

 

. 그래서 법원은 통상적으로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자신의 학력, 혼인경력, 출산경력 등을 속이고 혼인한 경우 그 혼인이 무효라고는 할 수 없지만, 민법 제816조 제3호에 해당되어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법원은 혼인의 당사자 일방 또는 제3(중개인)가 출산의 경력을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 그것이 상대방의 혼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정이 있다면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오늘은 출산에 관한 비밀을 숨겼지만, 혼인취소가 되지 않았던 여성의 이야기를 알려드릴까해요.

 

** 출산한 사실,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면, 남성 입장에서는 혼인취소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 그래서 처음에는 법원이 혼인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어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좀 말씀드리면, 한 베트남 여성이 국제결혼중개업자의 소개로 우리나라 한 남성과 결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국제결혼중개업자 및 남성에게 자신의 출산경력을 숨기고 결혼을 했고, 남성이 뒤늦게 여성의 출산사실을 알고 혼인취소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래서 원심법원은 여성에게 혼인취소하고, 남성에게 위자료를 물어내라는 판결을 했습니다.

 

가끔 뉴스를 보면 사실 우리 법원의 판결이 때로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그런 사건들이 법원이 편파적이거나 법관이 지식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어떤 일률적인 기준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런 거에요. 원심법원은 출산 사실을 숨기고 결혼하면 혼인 취소사유이다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판시했던 것이죠.

 

** 그렇다면 왜 대법원은 혼인취소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을까요. 이해가 안되네요.

 

 

좀 자세히 들어보시면 왜 대법원이 일반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취소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하시고 이해가 될꺼에요. 단순히 이해정도가 아니라 대법원이 구체적인 사례에 맞추어 기준을 적절히 수정하여 적용한 것에 감탄하실겁니다.

 

그럼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보실까요. 이 베트남 여성은 남성과 결혼한 다음 남성의 친모 및 남성의 계부와 함께 거주하였는데, 남성의 계부가 이 베트남 여성을 강간하고, 강제추행한 사실로 징역 7년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남성이 자신의 아내였던 베트남 여성을 위로하고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형사소송 중에 알게 된 아내의 과거, 즉 출산사실을 이유로 들어 혼인취소 및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던 겁니다.

 

원심처럼 원칙적인 기준만을 적용하였다면 이 여성은 혼인이 취소되고, 위자료를 물어주어야겠지요. 그런데 왜 대법원이 기준을 살짝 달리 해석하면서까지 이 여성의 편에 섰냐면요.

 

이 여성이 출산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를 보면, 이 여성은 만 13세 무렵에 베트남에서 소수민족인 다른 부족 남성에게 납치되고 강간을 당해서 임신을 하였고, 그 남성에게 폭행을 당하다 도망나와 친정에서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는 그 다른 부족 남성이 데려가 버렸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에 따라 출산의 경력이나 경위가 알려질 경우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지, 사회통념상 당사자나 제3자에게 그에 대한 고지를 기대할 수 있는지와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수 있는지 등을 추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베트남 여성이 출산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한 것만으로 혼인취소판결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입니다.

 

** 결혼 전에 있었던 이른바 과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한다. 아니면 오히려 배우자를 생각해서 그냥 비밀로 묻어두어야 한다. 참 정 반대의 의견들이 분분한대요. 변호사님, 결혼할 사람에게 이야기하기는 말하자니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사정이고.. 그렇다고 말하지 말자니 혼인 취소사유가 될까 걱정되고 어떻게 해야할까요.

 

결국 사람 사이의 일은 법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특히 가족에 관한 사례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구요. 물론 배우자 될 사람이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면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것을 명확히 알면서 일부러 말하지 않으면 그것은 법적으로는 사기에 의한 혼인의 의사표시가 되어 혼인취소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결혼 이전에 당연히 이해받지 못한 사실이 결혼 이후에 이해받을 수는 없는 것처럼요.

 

그런데 살다보면 속이려고 속인거랑 정말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어서 말하지 않은 것쯤은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러니 만약에 벌써 결혼해서 살고 있다가 배우자가 말하기 어려웠던 사정이 있었다면 물론 배신감이 들어 혼인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얼마나 말하기 어려워 말하지 못했을지를 좀 이해하려고 노력해보는 것도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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