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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온달산성의 기운을 담은 도토리묵밥

오인선 | 2008.07.18 11:59 | 조회 3581
소백산과 금수산의 정기가 어린 곳 단양. 예로부터 단양은 울면서 왔다가 울고 간다는 고장으로 유명했다. 처음 발을 들여놓을 때에는 온통 산으로 가로막힌 지형에 귀향 온 것 같아 울고. 막상 떠날 적에는 인심 좋은 이웃들과 헤어짐이 아쉬워 운다는 곳이다.
삼국시대의 단양은 중요한 요충지로 통했다. 한강을 넘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강을 노리고 올라온 신라를 막기 위해 쌓은 온달산성에는 온달장군과 평강공주가 하루아침에 쌓았다는 전설이 담겨있다. 온달산성은 남한지역의 대표적인 고구려 유적이다. 가파른 산기슭을 휘감은 산성에 올라서면 1,400년 전 고구려의 기상이 느껴지는 듯 하다. 당시 전쟁의 치열함은 온달산성 주변의 마을 이름에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온달장군의 무용담이 전설처럼 굳어 마을 이름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단양은 전체 면적의 85%가 산악지형이다. 산이 워낙 많다보니 가을이면 발에 차이는 것이 도토리였다. 도토리묵은 쉽게 배가 부르고 소화가 잘된다. 배는 부르지만 칼로리가 너무 낮은 도토리묵에 육수와 함께 밥을 말아먹기 시작한 것이 도토리묵밥의 유래.

★온달 산성이 바로 올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한 복천가든(www.bok1000.co.kr).

도토리묵과 산채의 향긋한 맛이 어우러진 도토리묵 밥을 맘껏 비울 수 있는 곳이다. 곁들여 온달산성과 온달동굴을 찾는 사람이라면 이곳 주차장에 무료로 주차할 수도 있다.
얼핏 보면 도토리묵밥은 그저 도토리묵에 밥을 말아먹는 간단한 음식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느 음식과 달리, 묵은 만드는 과정부터 땀을 쏟아야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곱게 간 도토리 가루는 일곱 번 넘게 떫은 물을 우려내 버려야 한다. 이렇게 얻은 도토리 가루에 맑은 물을 섞고 끓이는 과정이 맛을 좌우한다. 솥 안의 묵이 팔팔 끓을 때까지 커다란 나무 주걱으로 쉴 새 없이 저어 주어야 묵 고유의 맛이 살아난다. 팔이 아프다고 방향을 바꿔가며 저으면 묵의 끈기가 없어진다. 계속 젓다가 묵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낮추고 다시 1시간 20분간 뜸을 들여야 한다. 이렇게 만든 묵을 다시 틀에 넣고 식혀야 비로소 도토리묵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정성껏 만든 도토리묵을 새끼손가락만하게 도막도막 썰어 그릇에 담는다. 근처 소백산 기슭에서 뜯은 취나물이며 곤드레 나물은 잘 손질하여 묵 위에 얌전히 올려둔다. 여기에 다시 김과 집에서 직접 짜 고소한 향이 퐁퐁 풍기는 참기름을 두른다. 마지막으로 숭덩숭덩 썬 김치를 얹고 김옥희 사장(50세)의 비법이 담긴 산채 육수를 부으면 채묵 완성.
이 곳을 처음 찾은 사람들은 상이 차려지면 냉큼 채묵에 밥부터 말아버린다. 도토리묵밥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먼저 채묵을 반쯤 먹고 난 뒤에 밥을 말아먹는 것이 순서이다. 바람 부는 가을 길가의 코스모스 마냥 수저 위에서 몸을 흔들어 대는 채묵. 방정맞던 채묵이 입 안에 들어가면 얌전히 담백한 맛을 우려낸다. 도토리묵의 맛도 맛이지만 소백산 줄기에서 캐온 산채의 신선함과 향긋함은 이 곳이 아니면 맛볼 수 없다. 그냥 먹으면 질길 것 같은 곤드레 나물이며 취나물도 참기름 두른 육수와 어우러져 향긋하고 부드럽게 넘어간다.
소백산 산채의 향긋함과 도토리묵의 담백함을 마음껏 느꼈다면 이번에는 밥을 말 차례. 채묵의 육수에 따끈한 밥을 말면 산채의 향긋함이 짙어지고 밥의 구수함 또한 깊어진다. 묵의 미끈함과 밥알의 거친 느낌은 묘한 조화를 이루며 입 안을 간질인다.
가을 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도토리는 다양한 효능을 가진 영양 덩어리다. 떫은 맛을 내는 탄닌 성분은 설사를 멈추게 하고 배탈을 낫게 한다. 공해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중금속 해독과 항암효과까지 있는 건강 식품이다. 게다가 묵으로 만들어 먹으면 배는 부르지만 칼로리는 낮아 성인병 치료와 다이어트에도 그만이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탄닌 성분이 지사작용을 하기 때문에 변비환자는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 이 가을 붉게 물든 단양 팔경으로 발길을 돌릴 때 도토리묵밥과 함께 자연의 맛을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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