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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인터뷰] 암호명 '흑금성' 비밀 공작원의 증언1 "나는 왜 북한 직접 침투 공작을 계획했나?"
인쇄인쇄 확대 축소 좋아요좋아요 124  취재기자 : 신미이, 방송일 : 2021-10-26, 조회 : 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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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금성 영화 공작 안기부 공작원 검은 태양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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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나라 북한,
북한의 최고 핵심 권력에 다가가 그 내부와 소통했던 전 국가 비밀공작원.

영화 공작의 실제인물이었던 암호명 흑금성은 다름 아닌 충북 토박이였습니다.

MBC 충북은 오늘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흑금성 박채서 씨의 증언을 통해 분단된 한반도가 겪어야 했던 현대사를 되짚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시작합니다.
◀인터뷰▶

내 고향은 충북 청주

Q.신미이 기자: 공작원으로 활동하실 때 이야기를 해 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어렵게 결단을 내려주셔서 감사해요.

박채서 전 안기부 공작원: 청주시 남이면 구미리에 있는 갈원 초등학교를 다녔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님이 너 공부하지 말라고 그러는 거예요
이해를 못했어요. 1년 정도 있다가 알았죠. 아버님이 학교를 보낼 형편이 못되니까 너 공부하지마라.

지기 싫었어요.

경쟁에서 지기 싫어하는 기질을 제 자신이 느낄 정도였어요.

불행스럽게도 그런 아버님이 고등학교 1학년 때 술병으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제가 어머니한테 부탁을 했어요. 어머니, 어떻게든 고등학교까지만 졸업시켜 달라.

저는 일반대학을 갈 수 있는 길이 없었어요. 엄두도 못 냈고 오로지 군대로 가는 길이 내가 갈 길이다, 생각했던 거죠.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죠"

특이한 생활을 하고 비밀에 쌓인 것처럼 많이 생각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특이하면 상대가 의심하기 시작하는 거니까. 아주 그냥 평범한 사람인 거예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도 두 딸을 가지고 있고, 요새 말하는 그런 평범한 아내가 있고 평범한 집안이었어요.

공작은 왜 하는가?

공작은 국제법에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어요. 왜냐하면 정상적인 것은 외교를 통해서 하도록 돼 있거든요, 국가 간에. 그런데 정상적인 외교로 못하는 부분을 하는 것이 공작이에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거예요

김정일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그런 말을 했어요. 우수한 국가 공작원은 정규 4개 사단과도 안 바꾼다.

운명처럼 내 앞에 기회가 왔고 그것을 제가 선택한거죠. 제일 중요한 건 그 대상자의 의지예요, 하겠다는 의지.

저한테 (공작원) 제의를 한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해요. 총을 들고 국방에 충성하는 것도 국가에 대한 충성이지만 자기 능력을 국가를 위해 충분히 발휘해서 근무를 열심히 하는 것도 충성이 아니겠느냐

"사업가로 위장‘북한 직접침투공작’은 내 아이디어"

그 당시까지 대북공작은 직접 갈 수가 없기 때문에 해외 교민을 통해서 우회공작을 했어요.
성과가 없었어요. 할 수가 없죠. 공작교육을 시킨 것도 아니고...

직접 들어간다. 직접 들어가는 계획을 세운 거예요.

광고? 아, 이게 되겠구나. 힘들지만 되겠구나.
이뤄진다면 북한에서 이 광고 사업을 허가할 수 있는 사람은 딱 한사람이다. 최고권자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 김정일 위원장 주변의 로얄 패밀리들, 권력의 핵심에 제가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거죠.

위장 스파이의 삶

북한이 나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증을 하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어느 날 평양을 들어갔는데 시골 텃밭에서 일하시는 어머니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는 거예요. 또 하나는 아파트에서 어린 딸들이 노는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고 우리가 너를 이렇게 알고 있다 이거예요.

만약에 네가 안기부의 끄나풀이 확인되면 너는 말할 것도 없고 부모, 가족을 모두 보복한다.

영화에서처럼 북한을 제집 드나들 듯 들락거렸다는 것은 하기 좋은 말이고, 갈 때마다 항상 나는 위험 부담을 안고 있는 거예요.

어린 딸을 바라보면서 내가 다시 돌아와서 아이들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중국에 출장 가는 줄 알고 순진한 아내는 고추장도 볶아 주고, 김도 사다가 잘라주고, 그냥 천연덕스럽게 여보 잘 다녀오라고 떠나는 택시에 손을 흔드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저 여자를 내가 또 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 위험부담을 항상 안고 있었던 거예요.

박채서를 용서한 김정일의 반전

98년에 [이대성 파일]로 인해 제 신분이 노출됐어요.

어느 날 국정원 팀장 한 사람이 오더니 걱정하지 마. 무슨 일입니까 했더니...

평양에서 일본 조총련으로 날아가는 전파를 우리 쪽에서 잡은 거예요. 그 내용에 보면 김정일 위원장이 조총련 단체한테 지시하는 걸 잡은 게 뭐냐면,
그 사람도 박채서란 사람도 자기 조직을 위해 충성한 열심히 일한 사람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우리 공화국에 직접적인 해를 끼친 게 없다. 그러니 통 크게 봐줘라.

저는 그것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우리가 통하는 라인을 통해서 (북쪽에) 나오라고 했어요. 만나서 그랬어요.
나를 평양까지 끌고 가면 가겠다. 대신 내 가족들은 보장해줘라. 그랬더니 웃더라고요. 그러면서 그 국정원(안기부) 책임자가 했던 말을 나한테 그대로 하는 거예요. 장군님께서 통 크게 봐주라고 지시했다. 그러니 안심해라.
저는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충분히 미흡할지 모르지만 국가를 위해 일했다고 자부해요. 나머지는 제 인생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겁니다.

[다음 이야기2] 첫 단추부터 잘못 꿴 북한 핵개발 문제
인터뷰 원본 다시보기: MBC충북 유튜브채널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