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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잇다: 나무와 나무가 만났을 때.."정성의 미학"
인쇄인쇄 확대 축소 좋아요좋아요 73  취재기자 : 이채연, 방송일 : 2022-06-24, 조회 : 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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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문화, 잇다 권덕영 작가 충주박물관 목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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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콘크리트 건축물 속에서 나무로 된 건물을 마주치는 게 드문 일이 됐죠.

하지만 여전히 자연과 인공 건축 사이에서 나무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며 나이를 먹고, 볼수록 친숙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데요. 

이번 <문화, 잇다> 시간에선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나무와 나무를 잇대 정성의 미학을 구현하는 권덕영 작가를 만나봤습니다.
이채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버려진 각종 나무 자재들이 책상 한쪽을 받치는 다리가 됐습니다. 

어느 날 작업실 한 켠에 쌓인 자투리 나무들을 본 작가는, 나무의 희생을 다시 예술품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못과 나사를 사용하지 않고 오롯이 나무로만 조립하는 '짜맞춤 방식' 을 썼습니다. 

물푸레나무, 자작나무 등 수십 가지 색과 견고한 물성을 지닌 나무를 톱으로 자른 뒤, 평끌로 며칠 홈을 파내고 틈을 만들어 맞추는 작업엔 정성의 미학이 깃들어있습니다.

◀INT▶권덕영/작가
"작품에 있어서는 정성이 좀 많이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면 걸릴수록 이건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정말 내가 만들어낸 내 새끼 같은 그런 애정까지도 생기거든요."

이런 느리지만 단단한 작업 방식의 결과물은 오히려 기계에 의한 것보다 더 견고합니다. 

◀INT▶권덕영/작가
"나무는 수축과 팽창을 하기 때문에요.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늘었다가 줄어들었다가 하는 작용이 있어요. 나사가 있으면 나사는 조금씩 풀리거든요. 유격이 생기면서 (나무가) 계속 움직입니다. 그런데 나무와 나무를 짜 맞춘 거는 수축과 팽창이 일어나면서 서로와 서로를 더 꽉 잡아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그 속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 드러나지 않은 것, 그래서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는 것을 담아냅니다.

사선으로 깎아 만든 나무들이 아래로, 때론 위로 향하며 만나는 작품에선 삶의 굴곡이 담겨 있고, 

팔걸이와 등받이가 없는 스툴은 일부러 '불편한 앉음'을 의도했습니다.

현대적인 직선 형상으로 만든 소반에선,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더 어두운 색감의 나무를 상감 기법으로 입혔습니다. 

어릴 적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며 자동차 회사 연구원으로 일했던 권 작가는 앞선 20대 미국 교환학생 시절, 우연히 나무를 만져본 경험이 삶의 변곡점이 돼, 6년 전 예술가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INT▶권덕영/작가
"토네이도가 강타한 지역에 가서 집 짓는 봉사를 하면서 나무를 처음에 접하게 됐었고요. 나무를 만지면서 이런 느낌들이 너무 저한테는 좋은 인상이었고 너무 재밌었어요. 내가 뭔가를 깎을 수 있고 뭔가를 만들 수 있다는 거에 대한 성취감..."

손끝에서 나무의 쓰임과, 그 이면의 희생을 이야기하는 권덕영 작가의 작업물은 다음 달 초까지 충주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MBC NEWS 이채연입니다. 
영상: 양태욱 
CG:변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