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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 쓴 뉴스]"어떻게 속이나?"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의 '화법'
인쇄인쇄 확대 축소 좋아요좋아요 345  취재기자 : 이채연, 방송일 : 2021-08-04, 조회 : 2,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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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사기 충북 경찰 보이스피싱 수법 전화금융사기 총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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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난 안 속겠지..?" 올해 상반기 피해액만 213억

"그래도 난 안 속겠지, 절대 당할 리가 없어. 도대체 왜 당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분들 많으시죠. 기자가 만나본 사람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바로 전화 금융 사기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코로나 19가 빠르게 퍼진 지난해, 마치 빈틈을 노린 듯 충청북도의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37.6억에 달했습니다. 올해 상반기도 벌써 피해액이 213억 원에 이릅니다. 도대체 어떻게 겁을 주고 속이길래 피해자들이 계속해서 늘어가는 걸까요? 보이스피싱범들은 자신들의 수법이 잘 안 통한다 싶으면, 조금씩 방법을 바꿔가며 전략적으로 속이기 시작합니다. 평소 보이스피싱 취재를 했던 기자가 알려주는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의 수법 TOP 4입니다.


① "코로나19 정부 지원금으로 싸게 대출해드려요. 앱 설치하세요"

최근 유행하는 수법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돈 빌릴 곳이 마땅치 않은 사람들을 노립니다. 실제 피해자가 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을 봤더니, 마치 진짜 은행에서 보낸 듯 단어 하나하나도 정교합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7월 정부긴급복지예산이 편성됐다며, 저금리로 돈을 빌려줄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곧바로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ARS 안내라며 필요한 대출 금액을 입력하라고 합니다. 그 다음에 은행 직원이라며 전화를 걸어와 대출을 받으려면 일단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죠. 요즘 대부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노려 '악성 앱'을 깔게 만듭니다. 정부 지원이라고 안심하는 그 순간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하나 더 만들어져 보이스피싱범들에게 넘어가는 셈입니다.

이제 휴대전화에 앱을 깔고 나면, 이번엔 기존에 대출 거래를 했던 카드사로부터 압박 전화가 옵니다. "우리한테 대출을 받아놓고 왜 또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 하냐, 계약 위반이다"라며 기존 대출을 즉시 상환하라고 통보합니다. 역시 보이스피싱 일당이 카드사 직원을 사칭해 전화를 건 겁니다. "돈을 마련하면 전화해라. 거주지 앞으로 직원을 보내겠다"며 유인합니다. 이렇게 사기범에게 직접 현금을 건네주게 되는 겁니다. 잠시 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뭔가 이상한데?'라고 생각해도 이미 늦었습니다. 피해자가 여러 차례 은행 대표번호로 확인 전화를 해도 모두 사기범에게 연결됩니다. 악성 앱이 깔렸기 때문이죠. 어디에 전화를 걸어도 중간에 전화를 가로채 간 사기범들이 역할을 나눠가며 은행 직원인 척, 카드사 직원인 척하는 겁니다.


② 저금리의 유혹 - "낮은 이자로 갈아타세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수법이죠. 처음엔 금융기관(은행, 우체국 등)을 사칭해서 "기존 대출 이자를 낮춰주겠다."고 접근합니다. 이미 고금리 이자로 할부금이나 빚에 허덕이고 있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한 수법입니다. 곧바로 저금리로 갈아타기 위해선 일단 기존 대출금부터 갚으라고 요구합니다. 급하게 돈을 마련한 뒤엔 계좌 이체가 아닌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고 돈을 가져갑니다. 이런 방식을 '대면 편취 형식' 이라고 하는데요, 일일 한도가 있어 큰 규모의 송금이 제한되는 기존 계좌 이체형 범죄에서 벗어나 좀 더 대담한 방식을 택하는 겁니다. 이땐 현금을 수거하는 역할을 하는‘현금 수거책’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③ 당신의 통장이 위험하다 - "개인정보가 유출됐습니다"

이번엔 수사기관을 사칭해 전화를 걸어옵니다. "당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통장에 있는 돈을 찾아서 '지정된 장소'에 두라"고 합니다. 이런 방식은 '절취형'이라고 부르는데요. 집 앞 우체통부터 현관문 고리, 전신주 등 장소는 다양한데, 대부분 피해자 주거지 부근입니다. 사기범들은 "자신들이 대신 현금을 안전하게 보관해주겠다"고 말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통장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며 얼을 빼놓는 거죠.


④ 돌아온 수법 - "당신의 자녀를 납치했다"

요즘 다시 활개를 치고 있는 고전적인 수법입니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전화를 걸어, "당신의 자녀가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아 납치됐으니 현금을 준비하라"고 하는 겁니다. 혹은 당신 자녀가 지인의 보증을 잘못 서서 대신 감금돼 있다고도 말합니다. 실제 아들의, 딸의 울음소리라며 음성을 들려주니, 이걸 들은 부모는 순간 깜빡 속을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돈을 찾을 땐 '부동산 구입 대금'이라며 거짓말을 하도록 유도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경우 이미 유출된 개인정보를 토대로 발신자 이름을 '아들', '딸'로 조작해 전화를 거는 걸로 보입니다.


'꼬리'만 잡히고 '몸통'은 어디에?

이렇게 검거된 보이스피싱 사기범들 가운데, 범행을 지휘하는 '윗선', 일명 '총책'은 잘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현금 수거책이나 전달책이 붙잡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들은 어쩌다 온라인 사이트나 SNS를 통해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에 넘어가 범행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권 회수 알바다, 물품판매대금을 대신 받아 오라는 윗선의 지시에 피해자를 만나 현금을 받은 뒤 지정 계좌로 송금하고, 그에 대한 수수료로 10만 원~20만 원 꼴을 받는 방식입니다. 게다가 조직원들을 관리하는 총책은 한국이 아닌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국제 공조 수사 체계가 잡혀있지 않아 검거하기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잡히지 않는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우리 주변에 있는 또 다른 피해자를 끊임없이 찾아다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