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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ㅣ젠더 갈등 중심 제천여성도서관, 할머니 뜻은?

MBC충북 뉴스 | 2021.07.19 08:35 | 조회 1662 | 좋아요좋아요 157


 한때 '금남의 공간'으로도 불렸던 제천여성도서관이 남성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최근 남성들에게도 대출 서비스를
확대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이 나오며 4만명까지 동의하는 등 찬반 갈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청원은 "여성으로서 느낀 교육 기회의 차별을 해소해달라는 기증자 할머니의 뜻에 따라 예전처럼 여성들만 이용하도록 운영하고, 지키지 못한다면 도서관 자리를 유족에게 돌려주라"는 건데요.

기증자의 뜻은 무엇이었을까요?
MBC가 30년 전 기록에서 확인했습니다.
허지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1991년 제천 시내 번화가 땅을 도서관 자리로 기증한 고 김학임 할머니.
 
356제곱미터, 당시 108평  땅값은 수억 원, 삯바느질로 평생을 일해 모은 재산이었습니다.
 
당시 기증 소식에 방송사 취재진도  할머니 집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여성용으로 기증을 결정하셨냐는 기자의 질문에 뜻밖의 대답이 돌아옵니다.
  
           [故 김학임 할머니]
"(여학생용으로 지어달라고 하셨다고) 아니, 아니에요. 그거(기사) 잘못 썼습니다. 왜 여학생만 해요. 여학생 얘기도 안 했어요."

같은 해 할머니가 자필로 작성한 기증 문서에도 기증 목적에 '제천시립도서관' 기증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기증한 땅에는 이후 여성만 이용 가능한 시립여성도서관이 건립됐습니다.

도서관으로서는 공간이 협소했기 때문인데, 여성의 활발한 사회 참여를 위한 안전한 교육 기회 제공이 필요하다는 당시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겁니다.
 
           [故 김학임 할머니 남편]
"왜 여학생 얘기가 나온 것은 무슨 얘기냐면 도서관이 여기 하나 문화원에 만들어놨는데, 한적해요. 주위가..."

추진 과정에서 이런 논의가 거듭됐고, 1992년 건립추진위원회 회의록에도 '다른 지역보다 공간이 좁다'는 내용과, '규모가 작다면 여성도서관이라도 건립해달라'며, 할머니가 동의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현재 할머니 유가족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제천여성도서관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이전에도 가끔 책을 빌릴 수 있냐고 찾아오던 남성들에게 이미 문을 열어놨던 상태.
 
하루 평균 대출권수 70권 남짓, 제천시민들이 조용히 이용해오던 작은 도서관이 남성 역차별이다, 여성만을 위한 공간이다,
젠더 갈등의 중심이 된 요즘.

도서관 준공식날, 할머니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故 김학임 할머니]
"제가 부탁드릴 것은 이 장소가 영원히 후세를 위하고, 시민을 위해서 세월이 한없이 갈 동안까지 이 자리를 지켜주시면 감사하게 생각하겠습니다."

MBC뉴스 허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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