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홈
  2. 뉴스
  3. 오늘의 뉴스

오늘의 뉴스

산골 밤의 불청객 "골프장 빛공해"
인쇄인쇄 확대 축소 좋아요좋아요 105  취재기자 : 허지희, 방송일 : 2022-06-22, 조회 : 2,019
이 글을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이 글을 트위터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이 글을 밴드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톡으로 퍼가기 이 글 링크복사
Loading the player..


좋아요


전국적으로 골프장이 최대 호황을 누리면서 늘어난 민원이 있습니다. 야간 조명으로 인한 빛공해인데요. 골프장은 빛공해에 관한 기준이 모호해주민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허지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2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충주의 한 마을.

해가 지자 산 너머로 강렬한 빛이 들어옵니다.

골프장의 야간 조명입니다.

마을에서 축사를 운영 중인 박미애 씨.

야간 골프가 시작된 십 수년 전부터 소가 스트레스를 받고 다치는 일들이 많았다고 주장합니다.

골프장 조명이 원인 같다는 수의사의 진단서까지 받아놨습니다.

◀INT▶박미애/축사 운영
새벽에 또 (조명을) 켜대지. 낮에 저녁때까지 멀쩡하던 소가 아침에 소 밥을 주러 들어가 보면 다리가 부러져 있는가 하면 다쳐가고 칼날에 (다친 듯한) 소가 있는가 하면...

인근에서 밤 농사를 짓는 농민도 야간 골프 이후 밤꽃에 나방이 알을 낳는 피해가  많아졌다고 호소합니다.

◀INT▶밤 농민/
"골프장 생기고부터 벌레가 투성이에요. (박사들이) 꽃에 불 켜면 나방이란 나방이 다 모여든다는 이거에요. 그래서 그게 알을 낳아서 그렇게 된 거라고...

빛의 강도가 얼마나 심한지 골프장과 350미터 거리의 절을 찾아가봤습니다.

◀SYN▶
저 큰 조명 있잖아요. 저거. 저것이 제일 영향을 많이 줘요.

조명이 설치된 산자락을 직접 바라보지도 못할 정도입니다.

여름인데도 창문 닫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자 쪽방에서 밤잠을 자고 있습니다.

◀INT▶대용 스님/
저런 불빛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 관찰해보면 정서적으로 상당한 불편을 주는 것은 사실이에요.

지속된 민원에 골프장 측이 측정한 조도는 법정 기준치 이하.

1lux는 촛불 1개가 1제곱미터에 비추는 빛의 양인데, 국내 허용 기준은 10lux 이하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대 800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봤을 때 조도값이 기준치 이상으로 나오긴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눈부심을 야기하는 빛의 밝기, 즉 휘도가 적용돼야 하는데 국내에는 아직 적정 기준이 제안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골프장 같은 '공간조명' 현황을 평가할 적절한 수단이 없다는 겁니다.

◀INT▶정유근/한국교통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가까운 거나 멀리 떨어져 있을지라도 느끼는 감정, 느끼는 반응은 거의 유사하거든요. 사람들은 거기에 대한 인식이 더 커질 거고요. 더 커지게 되면 거기에 대한 불쾌감 강도는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거죠.

골프장 측은 동식물 피해와 관련해 인과관계를 밝힐 순 없지만, 마을과 축사 쪽으로 향하는 조명 빛의 강도를 1/3로 줄이고 축사에 가림막 등 시설 보강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앞으로도 주민 의견을 들어 계속 조명 각도와 강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빛공해 방지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는 있지만 아직 그런 사례는 없는 충북, 주민들은 법 테두리 바깥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MBC뉴스 허지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