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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잇다: 평범한 일상에 스며든 공예의 미학
인쇄인쇄 확대 축소 좋아요좋아요 149  취재기자 : 이채연, 방송일 : 2022-05-13, 조회 : 1,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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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공예품 한국공예관 문화제조창 문화,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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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에서 때론 아름다움을 이끌어내고, 또 적절한 쓰임새를 제공하는 공예는 우리 삶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예술이 됐죠.

공예 자체로는 말이 없지만, 관람객들이 정서적인 교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안에 작가의 노동과 쓰임에 대한 사유, 고유한 표현 방식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인데요.

전통에서부터 현대에 걸쳐 일상의 이로움을 찾아온 동시대 공예가들의 작품을 이채연 기자가 담았습니다.

◀리포트▶
한 장의 금속판을 망치로 수백, 수천 번 두드린 끝에 탄생한 네모난 그릇.

쉼 없는 망치질의 흔적엔 오로지 손끝에 기대 긴 시간 작업에 몰두해온 작가의 노동이 녹아 있습니다.

덧바른 옻칠은 세월의 흐름을 따라 특유의 빛나는 재질감이 돋보입니다.

고개를 뒤로하면 이번엔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듯한 작품이 눈길을 끕니다.

도자기판 위의 여백은 고요한 물이 되고,

백자 흙물을 덧칠하고 다시 말리기를 수십 번, 예리한 면도날로 깎아내 층을 만든 뒤 청화 안료를 점묘법으로 찍어내니 첩첩산중 풍경이 됐습니다.

이런 수행적인 작업은 아예 관람객이 사색할 수 있는 하나의 공간으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S/U)"유정혜 작가는 원 형태의 한지에 커피를 물들여 한 줄로 매달고 이렇게 늘어뜨렸는데요. 1,026개의 줄이 모인 이곳을 거닐다 보면 마치 달빛이 흐르는 정원에 와 있는 듯합니다."

삶과 밀접한 친숙한 사물로서 공예의 '쓰임'을 탐구한 작품들도 있습니다.

얼핏 보면 평범한 소반인 듯싶지만,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친환경 바이오 소재를 3D 프린터로 가공해 만들거나,

무거운 금속 재료 대신 가벼운 목기에 전통적인 옻칠 기법으로 실용성을 높였습니다.

◀INT▶ 이들닙/청주시 문화산업진흥재단 학예사
"(장인들에게) 사용하는 사람이 자신의 취향이랑 목적을 담아서 이렇게 쓸 수 있게 만들어달라고, 여기서부터 공예가 시작된 것이거든요. 그래서 쓰임은 공예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국내외 현대 공예가들의 작품에선, 여러 세대에 걸쳐 변주를 거듭하고, 또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작가들의 사유와 고민이 투영돼 있습니다.

청주 출신 박영호 작가는 잉크를 모티브로 기억을 복원하는 과정을 형상화하기 위해 유리를 1,600도 가까이서 녹여 얆은 실처럼 뽑아내는 이른바 '램프 워킹' 기법으로 유기적인 조형물을 만들어냅니다.

◀INT▶ 박영호/청주 출신 유리공예 작가
"잉크가 물에 떨어졌을 때 만들어지는 원자운 형태를 가지고 오브제로 만들어, 지나고 사라지는 기억을 사라지지 않게끔 하는 오브제로..."

국내에서 종이우산을 만드는 마지막 장인 윤규상 작가도 대나무 살을 깎고 명주실로 엮는 특유의 기법으로, 전통적 우산 형태 대신 이번엔 누군가와 함께 머물렀다 갈 수 있는 쉼의 공간을 기획했습니다.

공예 속에 담긴 '노동', '쓰임'을 되짚으며 다시 공예의 '누림'을 확장시키는 현대 공예가들.

청주시 한국공예관이 기획한 올 상반기 기획전은 오는 7월 17일까지 문화제조창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MBC NEWS 이채연입니다.

영상: 김경호
CG: 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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