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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잇다: "서예, 실수 받아들이는 삶과 같다"
인쇄인쇄 확대 축소 좋아요좋아요 13  취재기자 : 조미애, 방송일 : 2022-12-09, 조회 : 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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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 애호가들이 줄고, 자연스레 청년 서예가들도 명맥을 잇기가 쉽지 않은 게 안타까운 현실인데요.

 문화, 잇다 시간, 오늘은 38년 째 붓을 잡아온 운당 이쾌동 서백을 조미애 기자가 만나 우리 인생과도 같은 서예의 매력을 담아봤습니다.

◀리포트▶
 한 획, 한 획 정성껏, 그러나 억지로 힘주지 않고 물 흐르듯 써내려갑니다.

 사람이 완벽할 수 없듯 글씨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실수를 다음 획에서 바로 잡아 나가면 그만입니다.

 그 과정에서 기량이 쌓이는 서예,

 흡사 실수를 연발해도 결국은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네 인생사와 닮아있습니다.

◀INT▶ 운당 이쾌동/서백
"배짱이 없으면 안 돼요. 야, 이거 잘못하면 (화선지) 만 원이 날아가는데, 그러면 속된 말로 처음부터 '졸아.' '너는 너고, 나는 나다' 그런 식으로 한번 들입다 붙어보면 나오거든요."

 40년 가까이 청주에서 서예 한 길만 고집한 운당 이쾌동 선생입니다.

 행서, 전서 등 서예의 교과서 격인 5가지 문체를 경계 없이 자유로이 아우르면서, 예스러우면서도 세련되도록 개성 있는 자신만의 문체를 추구합니다.

 중국 당나라 서예가이자 서론가였던 장회관의 혜안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믿습니다.

◀SYN▶ 운당 이쾌동/서백
"소리 없는 소리, 형태가 없는 형태, 무조건 쓰는 게 아니라 거기에는 반드시 리듬을 타야 돼요. 빠르고 그러면 좀 늦추고, 또 곧게 가는가 하면 굽고 여러 가지 변화를 갖거든요. 그 형태의 아주 미세한 공간, 굵기, 가늘기 이런 등등에 따라서 고정된 형태가 아니란 말이에요. 그건 내 덕에 따라서, 갖고 있는 그 사람의 심미의식이랄까."

 무엇을, 또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서예, 으뜸인 것은 반듯 반듯 잘 쓴 서예보다 개인의 성정을 담은 좋은 서예라고 말합니다.

◀INT▶ 운당 이쾌동/서예가 
"독자들이 보면서 느끼는 어떤 연상성이라는 게 있어야 되거든요. 연상성이라고 하는 건 결국은 뭐예요, 움직임이란 말이에요. 생명력이 있을 때 어떤 연상이 되지."   

 감상할 때 한문에 대한 부담은 내려놓으라고, 읽지 말고 감상해달라고 권합니다.

◀INT▶ 운당 이쾌동/서예가
"읽으려고 들다 보니까 질려가지고는 눈이 외면이 되는 거죠. 읽기 전에 공간은 그렇고 움직임은 어떻고 좀 찬찬히 보시고, 그건 무슨 내용인지는 몰라도 돼요. 문장이 알고 싶으면 보면 어디 있을 거예요. 느낀 뒤에 그걸 읽으려고 하면 그런 당혹감라든가 지루한 게 없어질 텐데, 아,  이거 첫 자부터 막히니깐 시선이 돌아가는 거죠. 일반 회화 보듯이 보세요. 그리고 거기 하나하나 점과 획이 움직여가는 게 어떤가, 거기서 난 뭘 느끼고 있는가.."

 우리 서예의 맥을 잇기 위한 토대인 서예진흥법이 3년 전부터 시행됐지만, 여전히 젊은 서예 작가들의 생계를 열어주는 건 녹록지 않은 현실입니다.

 ◀INT▶ 운당 이쾌동/서예가
"지금은 작품을 팔아서 먹고산다고 하는 거는 아주 정말 어려운 지경이 됐죠. 국립현대미술관 아트뱅크 같은 데서도 1년에 미술작품을 약 150에서 200점 정도 사들이는데 서예는 한두 점이거나 아예 없거나 이런 지경입니다. '각 공공기관, 사립, 개인한테도 대여를 하는데, 선호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못 산다' 이런 대답이 들어올 때 어떻게 달리 항의할 수가 없죠. 30대 서예가는 아예 없고요. 이래서 저희들이 참 놀란 거예요. 난 후배들 보기가 너무 민망하고, 일자리를 먼저 창출해주려고 노력하는데 쉽지가 않아요."

 희망은 관람객에 있다는 이 화백, 관람객이 서예의 진면목을 보고 찾아줘야 후배 작가들도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잊혀진 서예를 관람객들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서예의 내일을 위해 나섰습니다.
MBC뉴스 조미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