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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비밀 공작원의 증언3ㅣ 97년 대선 남과 북의 은밀한 거래

MBC충북 뉴스 | 2021.10.29 15:26 | 조회 1710 | 좋아요좋아요 125
충북 출신의 전 안기부 국가공작원,
암호명 '흑금성'으로 알려진 박채서 씨의 증언을 통해 분단된 한반도가 겪어야 했던 현대사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지난 97년 대선 당시 북한 변수를 선거에 활용하려는 시도, 즉 북풍의 한가운데 서서 남한과 북한 정치권의 은밀한 거래를 세상에 드러낸 이야기, 세번째로 이어갑니다.

◀인터뷰▶

1997년 6월 김정일과의 만남


Q.신미이 기자: 우리나라 비밀 공작원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97년에 면담을 하신 흑색요원이셨어요. 어떤 사람이었나요? 김정일 위원장


박채서 전 안기부 공작원: 국가가 해외 공작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상대국 지도자들의 의지를 파악해서 대비하는 거라고 그랬잖아요.

예상한 것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카리스마도 있고 그렇더라고요.

그 당시가 97년도니까 북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게 한국의 대통령선거 아니겠습니까?

현실적으로 필요했을 거예요, 나 같은 사람이.

실제로 한국에서 이뤄지는 그런 대선 상황에 대해서 진짜로 알고 싶었던 건데,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북쪽에 신뢰를 줬던 거죠.

그렇기 때문에 그 결정적인 순간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게 했고, 만나게 한 것이 내 대북 공작에서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됐죠.

#북 대선공작반에 합류

그때부터 이제 (북이 정보를) 공유를 하는 거예요.

김대중 후보는 안 되고, 이회창 후보는 이래서 안 되고, 우리 북은 이인제 후보가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해요.

나중에 남쪽의 정치인이라든가 기업인을 만날 때도 같이 만나요. 그 사람들은 내가 남쪽 사람이라는 걸 꿈에도 생각 못 하는 거죠. 그렇게 만나는 거예요. 나는 바깥에 알려진 사람도 아니고 그러니까.


남한 정치권의 북풍 시도 확인


Q. 신미이: 일종의 북한의 대선 공작반의 일원이셨던 거네요.

박채서: 그렇죠. 같이 거기에 포함됐었죠.
주로 정보가 어디서 나왔냐면 북한에서 나와요.

남쪽에서 이런 제의를 하고 있다는 걸 얘기를 해줘야지, 내가 그걸 확인해 주고 조언해 줄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자동으로 자기들이 총화하고 중요한 회의를 할 때 나를 참가시키고, 나한테 개인적으로 물어보고 자문을 구한단 말이에요. 안기부에서는 어떻게 하고, 청와대에서는 어떻게 하고, 그 당시 여당에서는 어떻게 하고...

#판문점 무력시위 요청
그런 과정에서 남쪽에서 누가 오는 걸 다 알게 된 거예요.

결정적으로 그 당시 이회창 후보의 외교안보 특보였던 정재문 의원 일행이 온다는 걸 알았는데 베이징 장성호텔에서 만나더라고요.

지금도 내가 그 이야기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한데 외교안보 특보라는 사람이 한반도를 전쟁 상태로 만들어달라고 하는데 깜짝 놀랐어요.

더군다나 돈까지 줘 가면서.

(북측 인사들이) 가방에 돈을 들고 와서 세더라고요. 정확하게 삼백몇만 달러였어요. 서른 몇 개였어요. 만 달러짜리 돈뭉치가. 그래서 내가 그대로 다 (안기부에) 보고를 했죠.

Q.신미이: 또 그 당시에 정말 많이 알려졌던 총풍 사건, 총풍 사건의 실제 제보자가 선생님이시라고 알고 있어요. 총풍 사건을 어떻게 인지하게 되셨고 어떤 조치를 취하셨었는지 좀 설명해 주세요.

#판문점 총격 요청
박채서: 그 다음에 오정은, 한성기, 장석중 씨 이런 사람들의 총풍 사건은 북에서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건 솔직히 말해서 격이 다른 거야.

(북에서) 별로 관심을 안 두더라고요.

은밀히 만나서 해야 하는데 공개적으로 만나는 거예요. 커피숍에서 만나고 이런 식으로 하고 있다? 그것은 (북쪽에서) 그만큼 관심이 없다는 얘기거든요.

다만 (북한은) 장석중 일행을 통해서 김순권 박사인가요. 그 옥수수 개발한 사람, 슈퍼 옥수수 개발한 사람 그걸 좀 원했어요.


북풍을 알린 건 국민으로서 한 일


실제 내가 한 공작은 따로 있어요.
바깥에 알려진 얘기들은 전부 그 공작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쉽게 말하면 곁가지들이에요.

정치적인 문제, 이런 문제가 걸리는 것이지 공작의 몸통은 드러나지 않는 거예요. 그건 내가 해서도 안 되는 거, 마지막까지 내가 말해서도 안 되는 것이고. 그런 공작이었거든요.

국가안전기획부의 대북 공작원이라는 이런 신분을 떠나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이런 결심을 했던 거죠.

[1998-05-22 뉴스데스크,북풍 수사 결과 발표]
"북풍은 남북한 정보기관의 합작품이었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북한은 이른바 김대중 불가론에 따라 대남정치 공작을 벌였고, 안기부는 이걸 알고도 김대중 후보 낙선을 위한 공작에 거꾸로 이용한 게 바로 북풍의 실체였습니다."

<다음 이야기4> 선거를 통한 '평화적'정권교체의 길을 열다
제작지원: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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