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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ㅣ가짜 돈봉투로 유인, 보이스피싱 잡았다
방송날짜 2021. 4. 29.
◀ 앵 커 ▶
80대 노인의 예금통장을 노렸던 보이스피싱 일당이 오히려 할아버지와 경찰이 판 함정에 걸려들어 덜미를 잡혔습니다.
속아 넘어간 척 가짜 현금 봉투를 만들어 약속 장소에 보관해 뒀다, 수거하러 온 조직원을 현장에서 덮쳤습니다.
이채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26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앞.
80대 할아버지가 홀로 집을 나섭니다.
50분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한 손에 흰색 종이 가방이 들려있습니다.
현금 천 백만 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통장에 있는 돈을 찾아 "현관문 고리에 걸어두라"라는 국제전화를 받고 시키는 대로 한 겁니다.
처음엔 우체국 직원이, 뒤이어 경찰이 전화해 진짜 큰일 난 줄 알았습니다.
◀SYN▶피해 할아버지
"국제전화라고 하면서, 우체국에서 등기우편물 왜 안 받으셨냐고 경찰서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현관문 고리에 걸어둔 돈가방은 곧 사라졌습니다.
20분 뒤, 다시 걸려온 경찰 전화를 받은 할아버지가 또 집을 나섰습니다.
다른 통장도 위험하다며 이번에는 "돈을 찾아 현관문 앞 우유 보관함에 넣어 두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은행에 도착한 할아버지는 뭔가 의심쩍어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SYN▶정찬미/금융기관 관계자
"보이스피싱 아닌가..(의심했어요). 수표나 이체는 안 되고 꼭 현금으로 달라고 하셨어요. 시간을 좀 끌어야겠단 생각에 돈을 좀 세거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할아버지와 함께, 역으로 함정을 파는 검거 작전을 짰습니다.
할아버지에게 '가짜 돈 봉투'를 만들어준 뒤 우유 보관함에 넣어두게 했습니다.
"2차 범행을 위해 이곳을 다시 찾은 수거책은, 가짜 돈 봉투를 들고 도망가려다 잠복해있던 경찰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SYN▶곽재표/충북경찰청 금융범죄예방관
"한번 성공했으니까 두 번째 다시 시도하는구나 감 잡고 바로 가짜 돈봉투 만들어서 할아버지한테 들려 보내서"
현장에서 붙잡힌 수거책은 터키 국적의 20대 남성으로, 불법 체류자 신분이었습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에 넘어가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SYN▶박홍규/청주청원경찰서 사창지구대 경사
"누가 일자리를 주기로 했다 이런 얘긴 했었어요. 인터넷에서 만났고 자기도 인적사항은 알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경찰은 수거책을 모집한 조직원과 총책도 추적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쉽게 꼬리가 잡히지 않아 또다른 노인들이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MBC NEWS 이채연입니다.
(영상: 김병수)